"대통령 일일브리핑 차단돼 주요 정책 심의서 역할 제한될 것"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의 기밀정보 취급 권한이 강등됐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은 지난 23일 쿠슈너 선임 고문을 포함, 백악관에서 '일급비밀 또는 특수정보급'(Top Secret/SCI-level)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임시 허가권을 갖고 있던 고위 관계자들에게 기밀정보 취급 권한을 '기밀급'(Secret level)으로 강등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따라 쿠슈너 선임 고문은 '대통령 일일브리핑'은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대통령 일일브리핑은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작전 정보는 물론 가장 민감한 성격의 정보원과 동맹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한 자료, 극비 분석 보고 등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일급비밀급 이상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지닌, 고위층 중에서도 소수에게만 배포되는 자료다.
로이터통신은 이미 수주 전부터 쿠슈너 선임 고문의 극비문서 접근이 차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국가안보법 전문가인 브래들리 모스 변호사는 "쿠슈너는 이제 대통령 일일브리핑을 볼 수 없다"며 "일반적으로 백악관 선임 고문 정도의 직책이라면 볼 수 있었던 정보에 더는 접근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이러한 정보 접근 제한 조치는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의 가정폭력 스캔들로 백악관 관계자들의 기밀정보 취급권에 대한 논란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최근 임시 기밀정보 취급권을 가진 백악관 직원들의 접근 제한을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쿠슈너 선임 고문과의 갈등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백악관은 통상 연방수사국(FBI)을 통한 신원검증 과정을 거쳐 백악관 고위 관리들에게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허가권을 주는데 쿠슈너 선임 고문은 백악관 입성 1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원검증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임시 권한만 갖고 있었다.
부동산 재벌 집안 출신인 쿠슈너는 광범위한 재무, 비즈니스 관계로 인해 신원검증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는 기밀정보 취급 인가를 위한 'SF-86' 신청서를 수차례 갱신했다.
또 쿠슈너의 이러한 비즈니스 관계에 따른 이해충돌, 기밀유출 우려 등으로 그가 각종 기밀정보에 접근하는 데 대한 논란도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직권으로 쿠슈너에게 광범위한 정보접근 권한을 허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 선임고문 측 변호인인 애비 로웰은 "쿠슈너 선임 고문은 기대 이상의 일을 수행했다"며 취급권 강등 조치가 "대통령이 부여한 매우 중요한 일을 지속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일일브리핑 접근이 차단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과 정부 혁신을 주도하던 쿠슈너 선임 고문이 러시아와 중국 등에 관한 주요 정책 심의에서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백악관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백악관은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은 채 "쿠슈너 선임 고문은 소중한 멤버이며 현 정권이 시작됐을 때부터 맡은 중요한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슈너 선임 고문에게 영구적인 기밀정보 취급권을 줄 권한을 갖고 있지만 지난 23일 켈리 비서실장에게 결정권을 위임한다고 공언했다.
폴리티코는 켈리 비서실장이 쿠슈너 선임 고문 등에게 기밀정보 취급 권한 강등 사실을 고지하는 통지서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임시 기밀정보 접근권이 있는 인사에 대한 권한 강등 조치는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규율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쿠슈너 선임 고문에게 영구적인 기밀정보 취급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쿠슈너 선임 고문과 외국 정부 관계자들의 접촉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WP는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이스라엘,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멕시코 정부 관계자들이 사적으로 만나 쿠슈너 선임 고문의 복잡한 사업 구조와 재정적 어려움, 외교정책 경험 부재 등을 이용해 그를 조종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관계자들은 쿠슈너 선임 고문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조율하거나 공식적인 보고 없이 외국 정부 관리들을 만난 사실을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이 인지하고 있었으며 쿠슈너 선임 고문의 이런 행동에 백악관 내부에서도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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