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찬성 통과…성매매 알면서도 방치·조장하면 민·형사 소송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인터넷 사이트에 성매매 관련 콘텐츠가 올라오면 해당 사이트에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법안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그동안은 성매매 광고물 등이 온라인에 게시될 경우 사이트 운영자는 처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성매매의 '플랫폼' 역할을 한 사이트에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미 하원은 이날 앤 와그너(공화·미주리)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성매매 퇴치법'(FOSTA)을 찬성 388표, 반대 25표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FOSTA는 성매매를 알면서도 이를 돕거나 조장해온 온라인 사이트에 대해 피해자나 검찰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콘텐츠를 유통하는 인터넷 기업에는 법적 책임을 면제해줬지만, 최근 포털이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규제를 성문화한 것이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은 원칙적으로 인터넷에서 외설물의 배포만 금지했을 뿐, 제3자의 콘텐츠의 게시한 사이트의 법적 책임은 따지지 않았다.
법안은 일차적으로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미 온라인 광고 사이트 '백페이지 닷컴(Backpage.com)'을 겨냥한 것이지만, 전체 인터넷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인·구직, 중고거래 등 다양한 광고가 올라오는 이 사이트는 세계 최대의 불법 성매매 사이트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 내에서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백페이지 닷컴은 통신품위법을 앞세워 책임을 모면해왔다. 이에 의회가 입법화 논의에 들어갔고 수차례 수정을 거쳐 법안이 마련됐다.
로이터통신은 이 법안이 최근 몇 년간 미 의회 차원에서 인터넷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가장 구체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하원의장은 투표 전 발표한 성명에서 "이 법안이 미국의 '현대판 노예'를 끝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상당수 인터넷 기업들은 자신들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관여하지 않은 콘텐츠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여론 압박이 증가하면서 근래 몇 달 새 반대를 철회했다.
최근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를 비롯해 IBM, 오라클 등 대형 인터넷 기업 임원진은 법안 지지 의사를 재차 밝혔다.
남은 절차는 상원 가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다.
상원에서는 이미 비슷한 법안인 '성매매업자 조력방지법(SESTA)'이 지난해 11월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됐고, 전체 의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어 최종 입법까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법안 전반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일부 조항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 최종 입법 과정에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