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범위도 안 가르쳐주고 시험 보라고" 지방선거현장 대혼란

입력 2018-02-28 14:01   수정 2018-02-28 16:58

"시험 범위도 안 가르쳐주고 시험 보라고" 지방선거현장 대혼란
국회, 지방의원 선거구 미획정…입지자·지역사회 반발 비등
"예비후보 등록이 코 앞인데 선거구 모른 채 후보등록 하나"

(전국종합=연합뉴스) "시험 범위도 안 가르쳐주고 시험 보라는 거 하고 똑같은 거에요. 내 선거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무슨 수로 선거를 치르라는 말입니까."
6·13 지방선거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불과 이틀 앞둔 28일 광주 광산구에서 시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A씨는 광역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예비후보 등록이 모레인데 국회는 아직도 선거구를 정하지 않고 있다"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어기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회가 광역의원 정수 조정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선거구를 획정이 지연되자 지방선거 현장은 입지자들의 불만과 지역사회 반발까지 일어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일부 입지자, 선거구도 모른 채 출마
A씨의 말대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시점은 지난해 12월 13일로 국회는 벌써 시한을 두 달 반이나 넘겼다.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광역의원 선거구·의원정수와 기초의원 정수를 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시·도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위원회는 선거구획정안을 선거 6개월 전까지 시·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하지만 현재는 국회 공전으로 이 모든 게 중단됐다.
지방의원 입지자들이 이처럼 뿔난 것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구 조정대상 지역에 출마하려는 후보의 경우 가령 A동이 지금은 내 선거구지만 선거구 획정으로 다른 선거구로 바뀔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반대로 다른 선거구의 지역이 내 선거구로 갑작스레 포함될 수도 있다.
자신의 선거구도 모른 채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깜깜이'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신의 지역구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에서 예비 선거운동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다.
충남도의원 A씨는 올해 1∼2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편입 예상 선거구 소재 아파트 등에 의정 보고서 5천300부를 배부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특히 후보등록 없이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정치 신인'의 경우 예비후보 등록을 하더라도 선거구 미 획정으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하기 어려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 광역의원 숫자 조정이 최대 난관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국회가 알면서도 선거구를 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역의원 정수를 놓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광역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말은 없지만, 인구 기준 하한선에 따라 어느 지역 광역의원을 2∼3명 늘리면 인근 지역은 1명이 줄어들 수 있어 지방에서도 의원 수 조정에 매우 민감하다.
강원 영월 제2선거구의 경우 인구 기준 하한선에 미달해 조정대상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영월군 제1선거구에 속해 있던 일부 지역을 제2선거구에 편입시켰는데 인구가 적은 제2선거구를 살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특례 조항을 적용했었다.
하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 특례 조항이 없어지면 2선거구가 1선거구에 통합돼 영월지역은 도의원을 1명만 선출해야 해 지역사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월 주민들은 "인구수 기준을 획일적으로 농촌에 적용하면 1개 군에서 1명의 도의원도 선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 조정문제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도시의 경우도 복잡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중심으로 행정동이 6개가 새로 생긴 세종시의 인구는 29만여 명으로 2014년 말보다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시의원 숫자도 현행 15명에서 22명으로 확대하자는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광역의원 정수 조정이 해결되지 못하면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도 인구가 증가한 북구와 광산구 시의원 수를 조정하고 늘리려는 작업과 함께 인구가 감소한 동구의 시의원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동구 주민들은 "인구 9만 명 동구에서 시의원을 1명으로 줄이면 다른 구는 인구 10만 명에서 시의원 2명을 선출하는 셈인데 이게 과연 형평성에 맞느냐"고 반발했다.



◇ 선거구 획정 안 돼도 일단 예비후보 등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구 획정이 안 되더라도 다음 달 2일부터 현행 선거구대로 후보등록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추후 선거구가 변경되면 다시 후보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선거구가 새로 정해진 지역에서는 적잖은 혼란과 파행이 예상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현행 선거구 기준으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는 수밖에 없다"며 "선거구 변경이 이뤄지면 그에 맞춰 후보자들이 출마 지역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림 이재현 여운창기자)
b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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