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독립운동가 30분 한복 초상화 제작
(화성=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수형번호가 적힌 천 조각을 가슴에 단 채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독립운동가.
자랑스러운 조상이지만 후손들은 마음이 아프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받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다 죄수복까지 입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은 대부분 수감자 카드에 첨부된 사진만을 남겼기에 후손들은 어쩔 수 없이 일제에 의해 범죄자 낙인이 찍힌 조상의 모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3·1 만세운동이 격렬히 전개됐던 경기 화성 지역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한복 차림을 한 조상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게 됐다.
화성시가 관내 독립운동가의 사진을 찾아 죄수복이 아닌 한복 차림의 평상복을 입은 모습의 초상화를 제작하는 '독립운동 인물 초상화 디자인사업'을 최근 완료한 것이다.
화성 출신 독립운동가 가운데 사진이 남아 있는 60여 분 중 1차로 30분이 대상이 됐다.
초상화·캐리커처 제작업체에 의뢰해 죄수복을 한복으로 갈아입혔을 뿐인데도 초췌한 표정의 독립운동가의 얼굴은 점잖고 엄숙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화성시는 지난 2013년부터 화성지역 독립운동을 조명하기 위한 '독립운동콘텐츠사업'의 일환으로 독립운동 자료를 발굴하던 중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수복 입은 사진밖에 없어 안타깝다"는 후손들의 하소연을 듣고 초상화 제작에 나섰다.
독립운동가들의 한복 차림 초상화가 완성됐다는 소식에 후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919년 일제강점기 때 화성시 장안면과 우정면에서 거행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 공로로 건국훈장애족장이 추서된 김흥삼(金興三) 선생의 손자 김기석씨는 더욱 감회가 새롭다.
지금껏 할아버지의 사진이 한장도 없었던 김씨는 지난해 독립운동 자료를 조사하던 화성시로부터 할아버지 수형자카드 사진 한장을 건네받은데 이어 이번에 할아버지의 새로운 초상화까지 얻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없던 할아버지 사진이 생겨 좋았지만, 죄수복을 입은 사진이어서 볼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러나 시가 만든 새로운 초상화를 본 순간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당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그는 "죄수복 사진이어서 도저히 붙이지 못한 서울 국립현충원 유골함에 초상화를 부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성시는 지방선거 이후 독립운동가 30분의 한복 차림 초상화를 액자에 넣어 후손들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30여 분의 초상화도 추가로 제작할 예정이다.
또 3.1절과 광복절 등 기념행사는 물론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과 향토박물관의 화성지역 독립운동 교육·홍보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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