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모바일 기기 공개…근육 움직임만으로 제어·키보드 불필요
웰던 CTO "스크린 없는 스마트폰도 가능…통신장치 역할"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스마트폰 다음은 무엇일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8' 3전시장 노키아 부스에서는 이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더 커프(the cuff)'라 불리는 모바일 기기다. 소맷동이라는 영단어 뜻 그대로 팔목에 두르는 형태다.
커프를 손목에 차면 전면의 스크린에 이용자의 손동작이 그대로 인식된다. 손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스크린 속 캐릭터도 움직인다. 여기까지는 VR 컨트롤러와 유사하다. 하지만 추가 명령을 실행하려면 버튼을 눌러야 하는 컨트롤러와 달리 커프는 주먹을 쥐고 손목을 틀어주기만 하면 된다. 커프에 내장된 센서가 근육의 움직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커프는 게임용 버전에 불과하다. 진짜 주인공은 '더 슬리브(The Sleeve)'다. 업계 관계자에게만 공개된 이 기기는 아직 초기 버전에 불과하지만, 1년 내 상용 전 단계 버전이 나올 전망이다.
슬리브 개발을 이끄는 노키아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벨 연구소 사장인 마커스 웰던은 27일 현지 인터뷰에서 개발 배경을 묻자 "스마트폰은 죽었다(Smartphone is dead)"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마트폰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옳은 것은 아니"라며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담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스마트폰을 늘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웰던은 "증강현실(AR) 등 특정한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물체를 비추는 방식은 잘못됐다"며 "미래에 맞는 기기를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고민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 슬리브다.
슬리브는 팔뚝에 두르는 형태로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을 인식한다. 이용자의 움직임 정보는 네트워크로 전송된다. 이를 통해 혈압 체크 등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더 진화하면 키보드 없이 어디서든 타이핑을 할 수 있고, 스크린을 부착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벨 연구소는 슬리브와 함께 카메라와 오디오를 탑재한 이어폰 형태의 '아이버드'(eyebud)도 개발 중이다. 아이버드는 이미지와 음성을 인식해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용자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통역해주고, 슬리브로 타이핑한 내용을 음성으로 옮겨준다. 영화 '그녀(her)' 속 AI 비서 사만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웰던은 "스마트폰은 향후 라디오 기능을 탑재해 네트워크와 연결된 게이트웨이(연결장치)로 기능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이 네트워크와 연결된 일종의 IoT(사물인터넷) 기기이자 배터리가 되는 것이다. 스크린 없는 스마트폰이 바람직한 대안인 이유"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일단 커프를 체험용으로 개발했다. 슬리브에 대해선 내년 데모버전을 개발하고 추후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차세대 통신 5G는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이미 노키아 부스에는 5G를 이용해 촉감까지 전해주는 기기가 등장했다. 기계가 거친 표면을 누르면 센서가 인식한 압력과 거칠기 등을 이용자가 손을 얹은 패드 위에 재현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차가 정지하지 않고 움직이는 일도 가능하다는 게 웰던의 예상이다.
그는 "모든 자동차가 서로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움직인다면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도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웰던은 "5G 이후에는 센서에서 센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멀티센서' 시대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센서가 인지한 감각 정보를 다른 공간으로 보내 촉각까지 느껴지게 하는 몰입 경험이 가능해진다"고 내다봤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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