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장제스(蔣介石·1887∼1975) 전 대만 총통의 유해가 안치된 관에 페인트 세례가 가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대만 연합보와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2.28사건 71주년을 맞은 이날 대만 독립단체가 장제스(蔣介石·1887∼1975) 전 총통의 관에 페인트를 뿌리며 그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청년단체가 운영하는 '만판다오위셔'(蠻番島嶼社) 페이스북 계정에는 붉은 페인트가 뿌려진 장제스 관 사진 한 장과 함께 '역사 바로 세우기'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가 올라왔다.
이들은 집권 민진당이 지난해 통과시킨 탈(脫) 장제스화의 정책인 '역사 바로 세우기' 법안을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하면서 권위주의적 유산의 완전한 청산을 요구했다. 아울러 장제스를 기리는 사업 관련 예산 지원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들을 색출해 공공시설물 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중지(陳中吉) 국방부 대변인도 "비이성적 행동"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12월 초 역사바로세우기 법안인 '촉진전형정의조례'(促進轉型正義條例) 법안이 입법원의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대만 국민당 계엄통치기간인 1945년 8월 15일부터 1992년 11월 6일까지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스 관은 북부 타오위안(桃園)시 다시(大溪)구 츠후(慈湖·호수 이름) 일대에 안치돼 있으며 주변은 기념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이곳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더불어 주말에는 헌병교대식 등이 있어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로 꼽힌다.
한편, 대만 문화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장제스를 기념하는 중정기념당을 국가인권박물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는 등 '장제스 흔적 지우기' 행보에 나섰다.
타이베이의 관광명소로 알려진 중정기념당은 지난해부터 매년 2월 28일 휴관키로 했다. 2.28사건은 1947년 당시 대만 국민당 정부의 담배 암거래상 단속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군이 동원돼 원주민 약 2만8천 명을 학살한 사건으로 대만 원주민인 본성인(本省人)과 1949년 전후 들어온 외성인(外省人) 간에 풀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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