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제도 폐지하고 문학상·기금 등 심사위원 겸임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과 함께 문학계의 은폐됐던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문화권력이 소수 작가에게 집중된 구조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28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유은혜 김해영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문단 내 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문학계에 성폭력이 만연한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우선 문학계를 이루는 6가지 요소로 ▲등단제도 ▲문예지 ▲문예창작교육 ▲언론사·출판사 주최 문학상 ▲문학 전문 출판사 ▲기금 등 공적지원금을 꼽은 뒤 "문단에서 인정을 받은 작가나 평론가는 이 6가지 요소들에 대한 결정권을 차츰 겸하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소수의 인원에 권력이 집중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권력집중구조가 예술계의 온갖 전근대적이고 불합리한 작업환경의 지속, 또 성폭력이 발생되고 은폐되며 지속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면서 "외부에서는 별것 아닌 것 같은 권력이 문학계에서는 훨씬 막강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가지망생들이 등단을 목표로 한 문예창작교육을 받고 성장하면서 '등단신화'는 강화됐고, 등단 작가들에 의한 성폭력에 지망생들이 취약한 환경을 만들었다"면서 "(실제) 2016년에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고발을 시작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학생 또는 작가지망생이었고 가해자인 등단 작가는 문단에서의 영향력을 과장·과시하면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스승은 예술계의 동료이자 심사위원이며 예술계를 떠나지 않는 한 평생 같은 활동영역을 공유한다"면서 문학계 성폭력이 은폐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문학상 심사위원·창작수업 교수·문예지 기획위원·출판사 출간심사위원, 공적지원금 심의위원의 겸임을 줄이는 규정이나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등단제도를 폐지하거나 무력화해 등단을 매개로 한 권력관계의 형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기획위원의 청탁이 있어야만 문예지의 작품게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관행을 끊는 등 문예지의 개혁이 필요하며, 독립문예지·독립출판사 등을 활성화하고 교수·기획위원·심사위원의 성비 균형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