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장기집권 위한 개헌 설명하러 갔을 가능성
경제부총리·금융감독 수장·중앙은행장 등 물망 올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의 미국 방문에 '특별 임무'가 부여됐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홍콩 명보가 28일 보도했다.
류허 주임은 미국 정부 초청으로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양국 간 무역갈등 조율에 나선다. 중국 정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류 주임이 양국 관계와 경제 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허는 최근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고조되는 미·중 무역전쟁 위기 해소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새 지도부 개편과 함께 미국과 접촉 창구를 새롭게 하며 양국 간 경제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하지만 명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류허의 방미에 '특별 임무'가 부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허의 방미 기간은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세 번째로 열린 당 대표 회의인 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 전회) 기간(26∼29일)과 겹친다.
19기 3중전회에서는 다음 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논의될 '국가주석 연임 제한 폐지'를 논의한다. 이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의 사전 포석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통상 이러한 중대 정치 행사가 진행될 때 외교 방면의 중요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관례여서 이번 방미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메이신위(梅新育)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연구원은 상하이금융보에 "다른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다면 경제 방면에 중점이 놓이겠지만, 이러한 시기에 서둘러 방미한다는 것은 경제 방면 이외에 정치 방면 특히 중국의 내정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류허의 방미 목적이 통상 갈등 해소는 물론,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 다음 달 양회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미국 측에 미리 설명하고 암묵적인 동의를 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류허가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라는 사실이다.
류허는 1960년대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 101 중학에서 시 주석과 친구로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맺어오고 있다.
시 주석처럼 류허도 '지식청년'으로 농촌에 하방(下放)된 경력이 있으며, 이어 3년간 중국군 최정예부대인 38군에 입대해 복무했다. 그 후로는 경제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3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 임명된 후 주룽지(朱鎔基), 원자바오(溫家寶), 리커창(李克强) 등 3명의 총리 밑에서 국유기업 개혁과 시장경제 요소 도입 등 경제개혁의 최일선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 5월 톰 도닐런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류허와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류허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다.
양회 후 마카이(馬凱)의 뒤를 이어 금융과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왕양(汪洋) 부총리가 맡았던 중·미 경제 대화도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증권·보험 부문을 모두 총괄하는 초강력 감독기구 '금융안전발전위원회'의 주임을 함께 맡는 것은 물론, 중국 중앙은행의 수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명보는 "류허는 시 주석의 최고 '경제 브레인'이자, '신경제의 총설계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방미에서는 '미·중 양자 투자 협정(BIT)' 등 경제 문제와 정치 현안을 모두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