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김영철 방남' 정면충돌…신경전 속 3시간10분 긴급현안질문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이신영 설승은 이슬기 기자 = 여야는 2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과 관련한 국회 긴급 현안질문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긴급 현안질문을 요구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고 강조하면서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수용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간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첫 질문자로 나선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남북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진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평가로 말문을 열며 야당에 대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송 의원은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외교에 대해 커다란 업적을 얘기하는데 우리 내부에서 스스로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져 이렇게 현안질문까지 오게 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평창올림픽에 대한 외신 반응을 소개하면서 "'문제없는 게 문제'라는 말씀도 있었다"고 호응하자 한국당 의석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김 부위원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에도 남북 군사회담 북측 대표로 나섰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한국당의 공세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자 남남갈등 조장'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한국당은 내로남불을 넘어 맹목적 반대로 남북대화를 가로막으려 했던 광기 어린 극우집단이었다"며 "올림픽과 남북화해를 방해하는 행위는 반(反)국가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김 의원은 "한국당의 주장대로 남남갈등 조장이 (김 부위원장을 보낸 북한의) 목적이라면 (남남갈등의) 일등공신은 한국당이 아니냐"고 말해 한국당 의원들의 거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이번(평창올림픽 기간)에 가장 어깃장을 놓은 게 국제사회에서는 일본,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당이다. 저긴(한국당은) 아베의 대변인, 하위조직 같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놀음에 같이 따라 하는 것을 이해 못 하겠다"고 맹비난했다.
잔뜩 벼르고 긴급 현안질문에 나선 한국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고 보고서에 적시되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정부를 질타하며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주범'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김 의원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잠수정이 (천안함을 폭침)했으니 이는 정찰총국의 자산이고, 그럼 당연히 합리적으로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이 (천안함 폭침을 지휘)했다고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정작 문 대통령은 천안함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서까지 북한 김영철에게 천안함 폭침의 면죄부를 준 것은 군과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김 부위원장이 투숙한) 호텔 스위트룸으로 몰려가 상전 모시듯 김영철을 알현했다"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 기간 남북대화에 '올인'하는 바람에 올림픽에서의 경제적 활동,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은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각각 만난 횟수를 물으면서 "저였다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통상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펜스 부통령을 수십 번이라도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계속된 공세에 이 총리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하거나 "북한은 우리에게 반국가단체이지만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 협력 동반자"라며 이해를 구하는 데도 주력했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유사한 목소리를, 제3야당인 민주평화당은 민주당과 결이 같은 주장을 해 대조를 이뤘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현재 북한에 대한 제재(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봤을 때 (김 부위원장이) 타이밍상 적절한 사람이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집권할 때 김영철과 회담했다"며 "(한국당 의원들은) 왜 그때는 공항에 드러눕지 않고 이번에는 (통일대교) 고속도로에 드러눕느냐. 왜 그때는 김영철을 체포·사살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3시간 10분가량 이어진 긴급 현안질문 내내 여야 의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상대 당 의원들의 비판 발언이 쏟아질 때마다 웅성거리거나 고함을 치는 등 격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편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간 막판 협상으로 공직선거법 등 일부 법안에 대한 상임위 논의가 길어지면서 당초 법안 처리 후 긴급 현안질문을 하려던 본회의 의사일정이 변경되기도 했다.
yk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