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브렉시트조약 초안 공개…EU·영국간 새 갈등요인 부상
영국 "북아일랜드와 나머지 지역간 '내부국경' 안돼" 반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28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와 관련, 더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없으면 브렉시트 이후에 북아일랜드를 EU의 관세동맹 지역으로 남도록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영국의 EU 탈퇴 조건에 대한 EU와 영국 간 작년 12월 정치적 합의를 토대로 작성한 영국의 EU 탈퇴 조약 초안에서 영국 측에 이같이 제안했다.
이렇게 될 경우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관세동맹 지역인 북아일랜드와 EU 관세동맹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구성되게 돼 사실상 '내부 국경'이 생기는 셈이어서 영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영국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에 국경통제를 실시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나머지 지역간에 차별을 둬서 사실상 내부 국경을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EU측 조약 초안을 발표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은 이런 방어적 조치가 영국의 헌법적, 제도적 질서에 저촉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EU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해 "영국에 도발하거나 어떤 충격파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차분하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120 페이지 분량의 조약 초안에서 EU는 북아일랜드 문제와 관련해 다른 방안이 없다면 EU와 영국이 합의할 수 있는 공동규제지역을 설정할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공동규제지역은 (아일랜드에서) 내부 국경없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남북간에 협력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과 아일랜드는 그동안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와 관련해 30여년간의 분쟁을 끝내고 지난 1998년에 영국과 아일랜드간 체결한 '굿 프라이데이 합의'를 보호하기 위해 세관체크와 같은 어떤 형태의 '하드보더'도 피하는 브렉시트 합의를 요구해왔다.
특히 영국은 북아일랜드 지역에 대해 EU 관세동맹 잔류와 같은 방법이 아닌, 기술적인 해법을 원해 왔지만 이번 초안에서 EU는 영국이 난색을 표명해온 북아일랜드의 EU 관세동맹 잔류를 제안한 것이다.
북아일랜드 문제는 영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폭발력을 가진 문제라서 EU와 영국간 향후 협상에서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U는 이번 초안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부담하기로 한 400억~450억 유로(52조~58조5천억원 상당) 규모의 재정기여금의 세부내역도 제시했다.
한편, 바르니에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오는 내년 3월이면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속도를 내야 한다고 영국 측에 촉구했다.
EU와 영국은 앞으로 영국의 EU 탈퇴 조약에 대한 협상과 별개로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도 병행해 실시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달 2일 브렉시트 이후 양측 관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고, EU는 내달 22,23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메이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내달 1일 런던에서 회동,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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