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3·1절 기념사서 日 고강도 비판…日정부 대응 강도는?

입력 2018-03-01 14:09  

文대통령 3·1절 기념사서 日 고강도 비판…日정부 대응 강도는?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대응을 강력히 비판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어느 정도 강도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식에서 제국주의 일본의 위안부 만행을 '반인륜적 인권범죄'로, 일본을 '가해자'로 표현하면서 비판하고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즉각 유감을 밝히고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향후 어떤 수준으로 대처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일본은 그간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비판으로 응수하면서도 초강경 대응은 취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작년 연말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 대한 한국내 검증 태스크포스(TF)의 활동에 대해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주한 일본대사의 소환 등 더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현지에서 기자회견이나 연설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도발적인 액션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치 없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준수하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일본 정부는 작년 부산 소녀상 문제가 이슈가 됐을 당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85일 만에 복귀시켰다.
당시 일본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문제에 대한 한일 간 공조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소환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우려는 일본이 또다시 비슷한 강경 조치를 취할 경우 더 큰 목소리로 나올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이 잠잠한 가운데 남북 혹은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의 냉각이 북한을 둘러싼 외교 논의에서 '일본 패싱'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평화헌법(9조) 개헌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일 간 갈등을 내부 보수층 결집을 위한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베 내각은 연내 개헌안 발의에 힘을 쏟고 있지만, 내각 지지율은 50% 초반대에서 좀처럼 올라가지 않아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정치에서도 사학 스캔들과 재량노동제도 도입과 관련한 '가짜 데이터'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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