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전복 선박, 신호 끊긴 지 3시간 뒤 발견 "길이 40m 이하는 관제 대상 아냐"
소형어선 위치장치 고장 나거나 꺼놓은 상태 운항 잦아 "사전 점검 강화해야"
(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망망대해를 운항하는 소형어선들이 관제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다 위 비상벨' 역할을 하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사용이 의무화돼있지만, 고장 나거나 꺼놓은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출항할 수 있으며 해상관제센터(VTS) 역시 소형 선박은 관제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남 완도군 청산도 인근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된 7.93t급 어선 근룡호 역시 관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근룡호는 이날 오후 1시 16분께 마지막으로 선박 신호가 잡힌 것을 끝으로 AIS 신호가 소실됐다.
결국 3시간이 지난 오후 4시 28분께 주변을 지나던 유조선이 배가 전복된 것을 발견하고 완도해상교통관제센터에 신고했다.
장시간 신호가 사라진 선박을 추적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1일 열린 브리핑에서 "규정상 어선은 길이 40m를 넘어야 VTS가 관제하는데 근룡호는 길이 14.5m의 소형어선이라 관제 대상이 아니었다"며 "배가 수없이 많아 작은 배까지 모두 살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관제 화면상에 아주 작은 점으로 표시되는 소형 선박들은 행적이 사라져도 추적하지 않기 때문에 근룡호처럼 전복돼도 한참 동안 구조되지 못하거나 다른 대형 선박과 충돌사고가 나기도 한다.
게다가 긴급상황 발생 시 구조요청을 하고 위치를 알릴 수 있는 AIS 장치가 고장 난상태로 출항하거나 조업 중에 꺼놓더라도 별다른 제약이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어선법에 따르면 모든 선박은 위치발신장치인 V-PASS, AIS, VHF-DSC 중 한 가지 이상을 설치해 작동해야 한다.
어선법상 이러한 설비를 갖추지 않고 항해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고장, 또는 분실신고를 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고장이 나도 신고만 하면 과태료를 내지 않고 출항할 수 있고 수리를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 고장 난 상태로 조업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부 어선은 어족자원이 풍부한 어장이 다른 어선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꺼놓고 조업하기도 한다.
통상 어선에 설치하는 V-PASS와 항공모함에 설치하는 VHF-DSC는 수동으로 SOS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휴대전화 발신이 가능하더라도 상세 위치를 알리기 어려워 이 장치가 고장 나면 사실상 위치를 알릴 방법이 없는 셈이다.
AIS는 위치 확인만 가능할 뿐 구조신호를 보낼 방법이 없다.
근룡호의 경우 V-PASS는 고장 나 있었고 AIS만 작동되다가 신호가 끊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기상 악화에도 출항했다가 포항 앞바다서 전복해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27t급 통발어선 803광제호 역시 AIS는 작동했지만 V-PASS가 작동하지 않았다.
803광제호는 사고가 난 뒤 별다른 구조요청을 하지 못해 8시간 가까이 전복한 상태에서 표류했다.
위치발신장치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서는 어선이 신고한 조업 해역만으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해경 관계자는 "급박한 사고 상황에 대비해 긴급 구조요청이나 위치 확인이 가능하도록 장비를 정상 작동해야 한다"며 "소형어선들에 대한 출항 전 점검과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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