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둠을 먹는 사람들·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입력 2018-03-02 07:00  

[신간] 어둠을 먹는 사람들·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 어둠을 먹는 사람들 = 리처드 로이드 패리 지음. 김미정 옮김.
영국 '더 타임스' 아시아 특파원을 지낸 리처드 로이드 패리가 200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영국 여성 실종 사건을 10년간 추적해 완성한 르포르타주.
일본 롯폰기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21살의 루시 블랙맨은 실종 이듬해인 2001년 한 해안동굴에서 토막 난 사체로 발견됐다. 일본 경찰은 48세의 부동산업자이자 재일 조선인 2세인 오바라 조지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처음에는 자국민 실종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던 저자는 취재를 거듭하면서 더욱 넓은 관점에서 사건을 파고든다.
그는 중산층 백인 여성들이 어째서 일본 유흥가로 향하는지, 호스티스라는 직업은 어떠한 사회 메커니즘 위에 존재하는지, 서구보다 낮은 일본의 강력범죄 발생률과 무능한 경찰조직이 양립 가능한 것인지를 묻게 된다.
책은 부산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오바라의 성장 과정, 그가 성과 이름을 갈아치우며 정체성을 바꾼 사연도 따라간다. 관동대지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본 내 조선인 공동체의 비극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유족이 예상만큼 애통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의심하고, 오바라에게 성폭력을 당한 다른 여성들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비추면서 "불행한 자들을 심판할 권리를 가진 자는 우리 중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한 여성의 비극을 넘어서는 이야기로 2012년 오웰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던 작품이다.
알마. 560쪽. 1만9천800원.
▲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영국의 유명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북유럽 열풍'의 진원지인 스칸디나비아 5개국을 직접 누비며 쓴 견문록.
수십 개국을 여행하고 살아본 경험이 있는 저자는 각종 사회적 지표마다 이들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지역으로 꼽히고, '휘게' '라곰' 등이 주목받는 현상에 의문을 품는다.
그는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서 평범한 시민은 물론, 인류학자와 언론인, 소설가, 예술가, 정치인, 철학자, 과학자, 요정 연구가, 심지어 산타클로스까지 인터뷰하고 이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한다.
책은 5개국 별로 장밋빛과 잿빛이 공존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산부인과 병동에서도 비명을 자제할 정도로 수줍은 스웨덴인, 무절제 성향이 강하지만 세계에서 1인당 책 구매량이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인 등 나라별로 개성 넘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결국 인정한다. 스칸디나비아 5개국 사람들에게서는 고쳐야 할 점보다 배울 점이 훨씬 많으며, 이들이 지구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글항아리. 552쪽. 1만8천500원.
▲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지도 위의 인문학' 등을 펴낸 영국의 유명 논픽션 작가가 인간과 시간이 함께한 지난 2천500년의 역사를 소개한 책.
저자는 2014년 8월 자전거를 타고 영국 런던의 길거리를 지나던 중, 자전거가 나동그라지면서 머리가 찢어졌다. 그는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병실에서 지내면서 시간이라는 존재를 깨닫게 됐다.
1부에서는 태양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던 인간이 어떻게 표준시간제를 채택하고 시간 질서를 갖추게 됐는지를 탐구하고 2부에서는 산업혁명 전후 급격하게 진행된 시간 혁명을 다룬다.
시간의 미래를 다룬 3부에서는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다뤘다.
공화력, 10시 벽시계 등을 통해 프랑스혁명 직후를 재현한 전시, '18분' 강연 시간에 매인 테드(TED)를 겨냥해 '17분 강연'을 여는 아이디어시티 콘퍼런스, 20세기 초 대형 벽시계에 매달린 배우의 영화 속 모습에 관람객들이 실신한 사건 등 시간과 연결된 다채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산초당. 464쪽. 2만2천원.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