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대피소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러 주도 시간제 휴전 사흘째도 무력충돌
구호도 불발…시리아 국영TV "반군이 주민 피란 막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폭격으로 엄마를 여의고 왼쪽 눈까지 잃은 시리아 아기 카림이 최근 동구타에서 벌어진 무시무시한 폭격에도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작년 10월 시리아군의 공격으로 한 눈을 잃은 동(東)구타의 젖먹이 카림이 지하 대피소에 숨어 지내며 아흐레 동안 이어진 무차별 폭격에서 버텼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지역에 사는 카림은 작년 11월 시리아군의 폭격으로 왼쪽 눈과 머리 부위를 크게 다쳤다.
왼쪽 눈은 짓이겨져 시력을 잃었고, 그 자리가 움푹 꺼진 채 큰 흉터가 남았다.
카림을 돌보던 엄마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보도로 카림의 사연과 사진이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에는 손으로 자신의 한 눈을 가린 사진을 올리며 카림을 응원하는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이달 18일부터 25일 사이 시리아군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동구타에서 550명 이상이 숨지자 카림의 안위에 관한 걱정이 일었다.
카림의 아버지 아부 무하메드는 현장의 아나돌루통신 취재진에 "카림과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 대피소로 가서 여드레 동안 버텼다"고 말하고 자신과 카림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속 아기 카림은 머리 숱이 더 많아졌지만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은 모습이다.
아부 무하메드는 카림과 아이들이 전기도 불도 없는 대피소에서 추위에 떨고 있으며, 먹을 것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동구타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러시아의 일방적인 '일일 5시간 공격중단' 조처가 사흘째 운영됐으나, 앞서 이틀과 마찬가지로 시리아 친정부군과 반군 조직의 무력 충돌이 계속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시리아 전투기는 시간제 휴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반군 지역에 공습을 벌였다.
공습 수위는 18∼26일에 견줘 훨씬 낮아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주민 피란용으로 구축한 '인도주의 통로'는 여전히 제 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44년 전 시리아로 이주한 파키스탄인 부부만 유일하게 이 통로로 동구타를 빠져나갔다고 시리아 적신월사(赤新月社)가 전했다.
시리아 국영 알이크바리야TV는 동구타 주민 수십명이 도시를 떠나려고 했으나 반군 조직원들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반군이 항의하는 주민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다른 기구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도 구호는 성사되지 않았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구호기구는 러시아의 하루 5시간 휴전으로는 구호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대로 전면 휴전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시리아 구호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얀 에겔란트는 이날 시리아정부의 승인을 받아 며칠 안에 구호를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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