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관세 꺼내든 트럼프…중국과녁 때리기에 애꿎은 한국도 유탄

입력 2018-03-02 05:06   수정 2018-03-02 08:17

철강관세 꺼내든 트럼프…중국과녁 때리기에 애꿎은 한국도 유탄

수입 철강에 25% 관세 방침…세탁기·태양광 이은 '연타'
한국 '53% 관세폭탄' 최악은 피해…트럼프 정치셈범 속 '동맹 때리기' 지적도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탁기·태양광에 이어 철강에도 무역 제재조치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행정명령에 공식적으로 서명할 방침이다.
철강은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주력 품목이다.
우리 기업의 주력 수출품인 세탁기와 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은 잇단 제재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까지 포함해 우리로선 총체적인 압박을 당하는 모양새다.



◇ 세탁기·태양광 이어 철강까지…무역공세 고삐 =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통상 문제를 연결고리로 한국을 총체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해선 '재앙'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재개정 또는 폐기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13일엔 상하원 의원들과의 백악관 간담회에서 "우리는 한국과 매우, 매우 나쁜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그 협정은 손실만 낳았다"고 주장했다.
제품별 공세의 첫 타깃은 세탁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닷새 만에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미국 백색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에 밀리고 있는 미국 월풀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품목인 태양광 패널도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타깃으로 철강 제품을 정조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철강 품목인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방침을 내놨고, 후판에 대해서도 상계관세 제재를 가하면서 서서히 통상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다음 주 발표되는 '폭탄 관세'는 그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가 '무역법 제201조'에 근거했다면 이번 철강·알루미늄 규제에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의 국가안보 수입규제 조항을 적용했다.
지난 2001년 이후로는 17년간 사용되지 않은 카드들이다. 사실상 잊힌 규정을 동원해가면서까지 무리수를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트럼프, 정치셈범 속 '한국 때리기' =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국내 정치 셈법을 고려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콘크리트 지지층' 노릇을 하는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은 주로 중서부 지역의 철강·자동차 지역, 일명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포진해있다.
한국산 자동차에 비판적 시각을 거듭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국GM이 설연휴 직전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이런 소식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며 느닷없이 자신의 성과로 돌리기도 했다.
벌써 2020년 재선 준비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지기반의 열광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무역 드라이브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왜 우리나라가 견제 대상이 되느냐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은 주요 2개국(G2) '무역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한 우리나라까지 무역규제에 함께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달리 안보동맹인 한국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핵 대응에서는 협력을 요구하면서 통상에서는 일방주의 노선을 고수하는 것은 "아주 모순된 요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일본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서는 굳이 칼날을 들이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그나마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혔던 '12개국 초고율 관세'를 피한 것은 일단 우리나라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당초 한국을 최소 53% 이상의 '관세 폭탄' 부과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3가지 옵션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바 있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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