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좌파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게서 선물로 받은 옷 입고 회견
올해 대선 출마에 강한 의지…부패재판 무죄 선고 기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혐의 재판으로 위기에 몰린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지를 거듭 밝히며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와 회견을 통해 사법부가 결국에는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고 도피하지도 않을 것이며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해 올해 대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중남미의 대표적인 강경좌파 인사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이름을 딴 룰라 연구소에서 회견에 응한 룰라 전 대통령은 노동자당 내에서 자신을 대신해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플랜B'가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플랜B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룰라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 역시 노동자당과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후보 간의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며 노동자당이 아닌 다른 좌파 정당에서 대선 후보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발언은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끝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대선은 사실상 노동자당과 브라질사회민주당 후보의 맞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앞서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라디오 방송 회견을 통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국외 도피설을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내 인생에 달아난다는 말은 없다"면서 "나는 브라질 국민인 것이 자랑스러우며 어떤 상황에서도 머리를 꼿꼿이 들고 살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에게 부패혐의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사법부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않고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존중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부패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상파울루 주 과루자 시에 있는 복층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24일 2심 재판에서는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잇단 실형 선고에도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며 여전히 가장 앞선 대선주자로 꼽힌다.
올해 대선 TV·라디오 캠페인은 8월 말부터 시작된다. 대선 1차 투표일은 10월 7일이고,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10월 28일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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