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라운드' 마친 김정은 향후 행보에 관측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고위급대표단을 잇따라 남쪽에 파견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조만간 방북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에게 어떤 입장을 전달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김여정 제1부부장으로부터 문 대통령 등 우리측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 결과, 방남 기간 파악된 미국 측 동향 등을 보고받았다. 또 구체적으로 북한 매체의 보도는 없었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의 귀환 이후에도 방남 결과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들 방남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미, 대남 행보에 대해 깊은 검토에 들어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그가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대북특사가 방북하게 되면 '대화는 비핵화 대화가 돼야 한다'고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한 김 위원장의 직접 생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한 미국과의 대화용의 표명이 아닌 '비핵화 대화'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향후 국면을 가를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당장 비핵화를 하겠다고 언급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어떻게 해소해줄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함께 전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7월 4일 '화성-14'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나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비핵화가 북한이 가진 유일한 협상 카드라는 점에서 남쪽과 대화에서 이를 내놓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군다나 4월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될 예정에 있어 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만일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면 우리는 그에 단호히 대응해 나서게 될 것"이라며 "남조선에서 외세와 함께 벌이는 합동군사연습으로 현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이 깨지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에 추종한 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4월에 하더라도 축소 등 현재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북한의 변화된 태도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선 한미 양측의 신축적인 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남쪽의 특사를 만나 전격적으로 대화 기간 핵·미사일 실험의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어차피 북한이 작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만큼 실험 유예 선언을 통해 미국과 대화할 입구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예 선언이 이뤄지면 이를 토대로 북미 양측이 탐색적 대화를 시작하고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적절한 조건'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선제적 입장 표명 없이는 본격적인 국면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북한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일 "정부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평창 올림픽 기간 남쪽을 찾은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한 생각과 우려, 해결방안 등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북한에 파견될 특사는 우리가 전달한 입장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을 듣고 이를 토대로 미국을 설득해 정세의 반전을 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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