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복잡다단함이란…영화 '나라타주'

입력 2018-03-03 10:00   수정 2018-03-03 10:40

사랑과 연애의 복잡다단함이란…영화 '나라타주'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고등학생 이즈미(아리무라 가스미 분)는 왕따다. 심지어 선생님도 따돌림을 묵인하고 방조한다. 그런 이즈미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하야마(마츠모토 준)가 다가가 연극반에 들어오라고 한다.
이즈미는 졸업식을 앞두고 하야마에게 마음을 전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야마라고 이즈미에게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즈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이유는 아내의 텅 빈 눈빛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심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영화 '나라타주'는 이즈미와 하야마의 사랑 아닌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다. 몇 년 뒤 다시 만나는 두 사람은 연인의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하야마는 사랑 대신 구원을 말한다. 기혼으로서 도의적 문제 때문인지, 사랑에 관한 고차원적 통찰에서 비롯된 건지는 뚜렷하지 않다.



영화는 내레이션과 몽타주의 합성어인 제목대로, 이즈미가 하야마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둘의 관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애매모호하다. 이즈미가 좀더 적극적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하야마 역시 때때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어른이 된 이즈미에게는 남자가 한 명 더 있다. 잘생기고 쾌활한 성격의 오노(사카구치 겐타로)가 이즈미를 짝사랑한다. 오노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이즈미의 마음 역시 복잡하다. 몇 년간 간직해온 사랑과 현실적 욕망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다. 하지만 오노가 이즈미의 진심을 알아채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영화는 밀고당기고 웃기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보통 멜로와는 많이 다르다. 웃음기는 전혀 없고, 사건 대신 인물들의 감정이 이야기를 주도한다. 그마저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아 정적인 분위기가 내내 이어진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시마모토 리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고전적인 느낌의 멜로 영화를 완성했다. 서정이 흘러넘치는 영상미, 머리카락을 잘라주거나 사과를 갈아 먹여주며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들은 '멜로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값한다.
그러나 사랑과 연애의 복잡다단함을 파고드는 데 집중한 탓인지, 잔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하고 진지한 영화가 됐다. 관객으로서는 인물들이 애틋하기보다 답답하고, 누구 하나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도 어렵다. 140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 카메라 워크마저 느릿하다. 그나마 오노의 지질한 남성 캐릭터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15세 이상 관람가. 8일 개봉.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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