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심장의학 전문가, 의료기업체 거액 스톡옵션 은폐"

입력 2018-03-02 16:00  

"세계적 심장의학 전문가, 의료기업체 거액 스톡옵션 은폐"
독일 언론, 의사의 은밀한 거래와 이해상충 은폐 의혹 보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특정 의료기업체 제품을 지속해서 높이 평가해온 독일의 세계적 심장의학 전문가가 이 업체로부터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공영방송 NDR과 WDR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 공동 탐사보도팀은 본 대학 교수이자 지그부르크심장센터 심장학과장 에버하르트 그루베가 이런 사실을 은폐해왔다면서 의학계에 이런 일이 부지기수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그루베 교수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심장중재술심포지엄에서도 각국 학자들로부터 심장중재술의 진정한 개척자이자 수십 년래 최고 영향력을 지닌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독일 내 영향력도 막강하다.
심장중재술은 심장질환을 절개수술이 아니라 가느다란 도관(카테테르)을 이용해 작은 금속관을 삽입,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방식 등의 시술법이다.
그루베 교수는 1987~2009년 싱가포르 의료기업체 바이오센서스 사의 스텐트 제품 '바이오매트릭스'를 임상시험하고 효과가 아주 좋고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논문들을 매우 많이 발표했다.
이 시술법은 환자에 따라 실제 장점과 효과가 있다. 그루버 교수가 스텐트 가운데 이 기업 제품을 집중 사용·평가한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루베 교수가 2001년과 2002년 이 업체 스톡옵션을 각 10만 주씩 받았고 당시 주식 가치로만 100만 달러(약 1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최근 공동탐사보도팀에 의해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의 내부자료를 입수해 폭로한 이른바 '파라다이스 문건'에 거론된 부자와 권력자, 기업, 유명 인사들의 해외 재산 도피 및 탈세 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오센서스는 2005년 상장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당시 이 주식을 살 수도 없었다. 그루베 교수가 주식 취득 대가를 지불했는지 업무 대가로 받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루베 교수도 언론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루베 교수는 그동안 이 제품을 극찬한 논문들을 수없이 발표하면서도 이 업체와의 이해상충관계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연구윤리 규정에는 연구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기업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비롯해 이해관계가 있으면 모두 밝히게 돼 있다.
독일에서 스텐트시술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월등하게 많다는 점도 의문이다. 유럽연합(EU) 평균 인구 10만 명당 연간 191건인 반면 독일에선 624명이나 된다.
독일 병원은 심장스텐트 1회당 건강보험에서만 3천182~4천135 유로(약 420만~550만 원)를 받아 꽤 돈벌이도 되는 수술인데, 지난해 독일에선 50만 건 이상 시술됐다.
독일의학협회 '투명성·독립성 전문가 위원회'의 다비트 클렘퍼러 위원은 "특정 회사 주식을 갖고 있고 그 회사 제품을 평가하는 건 명백한 이해상충이 있는 것"이라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비공개하는 '중대 오류'를 범하는 의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의학연구 품질 등을 점검하는 범유럽 네트워크인 코크런센터의 독일지부 거르트 안테스 소장은 "이해상충 은폐는 어떤 경우에도 처벌돼야 한다"면서 정부·대학·학계 등 처벌 주체와 징계 강도 및 범위 등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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