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상정…상위법 없어 과태료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이른바 '스몸비'(Smombie·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와 관련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보행 중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조례안까지 등장했다.
서울시의회는 김창원(더불어민주당·도봉3)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개정안은 "서울시장은 모든 보행자가 걷고 싶어 하고, 걷기 편한 도시로 만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기본 책무를 수행한다"며 규정한 시장의 책무에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또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면서 "모든 시민은 횡단보도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항목을 더했다.
이 조례는 원래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권리인 '보행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서울 시내 보행환경 개선에 힘을 실어주고자 1997년 처음 제정한 것이다.
그런데 제정 11년이 지나 다소 '생뚱맞을 수 있는' 보행 중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하라는 내용을 추가하려는 것은 그만큼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의 심각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관련 차 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천360건으로 2배 이상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광화문 사거리 부근 보행자 1천396명을 조사한 결과 보도에서는 33%, 횡단보도에서조차 26%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특히 걸으면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리면 차량이 근접해도 알아차리기 어려워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연구에서는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소리로 사물을 인지하는 거리가 최대 80%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도로교통공단이 2015년 낸 '보행 중 음향기기 사용이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길을 건너면서 음악을 듣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등 주위를 분산시킨 보행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천천히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걸어가면서 '딴짓'을 하면 반응이 느려져 돌발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해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YNAPHOTO path='AKR20180302128900004_03_i.jpg' id='AKR20180302128900004_0301' title='보행 중 스마트폰 금지 표지 [연합뉴스 자료 사진]' caption=''/>
한편, 조례 개정안이 이처럼 위험한 '걸으면서 스마트폰 보기'를 아예 금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제력 있는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 근거가 될 상위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범칙금 부과는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 단서 규정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조례 개정안이 단지 선언적 효과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사항'을 시장의 책무로 규정해 서울시가 안전캠페인 등 관련 사업을 펼치도록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시는 앞서 2016년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시청 앞, 강남역 인근, 홍익대 앞, 연세대 앞 등 5개 지역에 스마트폰 사용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을 붙이는 시범 사업을 벌인 바 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는 관련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조례상의 근거가 없었는데, 이번 개정 추진으로 사업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4인 가구가 식사하러 가면 각자 휴대전화만 본다는데, 이번 조례 개정 시도가 '스몸비'를 줄이는 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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