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전선 르펜 저서, 주류 출판사 외면 속 베스트셀러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공동 창립자로 90살을 앞둔 장 마리 르펜(89)이 프랑스 출판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마린 르펜(48) 현 FN 대표의 아버지인 르펜은 1972년 FN 설립 이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부인자로, 또한 유럽 극우의 원로로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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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수년간 회고록을 출판하고자 했지만, 프랑스의 유력 출판사 모두가 등을 돌려 번번이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르펜이 1일(현지시간) '국가의 아들'(Fils de la Nation )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마침내 공식 출간하면서 자신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올려놓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약 400쪽의 이 회고록은 프랑스에서는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고, 아마존에서도 이날 상당 시간 최고 판매도서가 됐다.
특히 초판 5만부가 선주문으로 모두 팔려, 극우성향의 인사가 이끄는 무명 출판사 '뮐러 출판'(Editions Muller) 측은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모두 2권으로 예정된 회고록 중 이날 나온 첫 권은 르펜이 태어난 1928년부터 1972년 FN 설립까지를 다루고 있다.
르펜은 최근 유럽에서 역사수정주의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역사 새로 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세계 2차대전 동안 나치 독일과 공개적으로 결탁한 비시 정권의 지도자 필리프 페탱(1856∼1951)을 철저히 옹호했다. 한때 존경받는 전쟁 영웅이었던 페탱이 1940년 아돌프 히틀러와 휴전 협정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수치스럽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프랑스의 전후 지도자인 샤를 드골에 대해서는 1962년 알제리의 독립을 묵인, 결과적으로 프랑스를 더 왜소하게 만들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회고록의 인기가 높다고 해서 독자 모두가 그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이 1940년대 말 이래 정치권에 머물러온 그의 말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으로 WP는 전했다.
또 이 책의 성공으로 FN이 유권자 속으로 더 다가갈 수 있기보다는 2015년 르펜을 쫓아낸 FN의 도약에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FN의 마린 현 대표는 약 1주일 후 열릴 연례 전당대회에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겠다며 당명을 바꾸고 아버지의 "명예총재" 지위를 박탈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유럽 극우문제 전문가인 장 이브 카뮈는 "르펜과 유럽 내 그의 친구들은 전쟁에서 패한 사람들의 정치진영에 속하며, 복수를 꿈꾸고 있다"며 "그들은 시간이 흘러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크게 줄면서, 좋은 기회를 가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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