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상속인' 행세 계약금 4억4천만원 가로챘다 징역 4년

입력 2018-03-03 08:30  

'바지 상속인' 행세 계약금 4억4천만원 가로챘다 징역 4년
법원 "범행수법 조직적·대담…누범기간 중 재범 엄벌 불가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속칭 '바지 상속인' 행세를 하는 대가로 4억원이 넘는 거액을 가로챈 4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사기미수죄 등으로 1년 6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하고 2016년 7월 출소한 A(46)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하루하루를 근근이 이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경기도 가평군 일대 임야를 소유한 C(95)씨의 상속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해주면, 그 임야를 판 돈 일부를 떼어주겠다는 것이다.
A씨는 곧장 청주의 한 면사무소를 찾아 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아버지·자신의 제적등본과 주민등록표를 발급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와 같이 B씨에게 건넸다.
B씨는 A씨가 C씨의 손자인 것처럼 이들 서류를 위조하는 한편 A씨의 이름이 적힌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만들었다.
A씨는 지난해 6월 23일께 위조된 서류를 가지고 서울의 한 법무사 사무실을 방문, 자신 앞으로 상속된 것처럼 꾸민 임야를 경매회사에 팔아넘겼다.
A씨가 경매회사로 받은 돈은 계약금만 4억4천만원에 달했다.
뒤늦게 꼬리가 밟힌 A씨는 재판에 넘겨지자 B씨의 간청에 필요한 서류를 떼어다 줬을 뿐 사기 행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박병찬 부장판사는 3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주장대로 자신이 직접 서류를 위조하지는 않았더라도 B씨의 범행 계획을 모두 알고 도움을 준 만큼 공모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수법이 매우 조직적·체계적이며 대담한 점, 누범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재범한 점, 피해액이 거액임에도 피해자들과 합의하거나 피해회복이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특히 "범행 후 B씨에 관해 밝히지 않으려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렸다고 하고,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B씨를 비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피고인이 B씨의 정체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한 사기죄에 대한 책임을 벗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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