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해외매각 불가피성 강조하며 금호타이어 노조 압박

입력 2018-03-02 17:15   수정 2018-03-02 17:17

산은, 해외매각 불가피성 강조하며 금호타이어 노조 압박

이례적으로 M&A 협상 내용 공개하며 여론전 벌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산업은행이 협상 중인 인수·합병(M&A)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금호타이어[073240] 노조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번 공개가 더블스타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아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일 서울 영등포구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쉬쉬하던 실사 결과와 중국의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와 논의 중인 협상 내용도 공개했다.
모든 내용은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실사 결과 채권단 체제로는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달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채권단은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법인이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 공장 3곳과 판매법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뒤늦게 설비투자를 단행한 데다가 수익성이 낮은 제품 위주로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한 결과 중국 법인이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 공동관리로 신규 자금을 넣더라도 자금의 상당 부분이 중국 법인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일 뿐 중국 사업이 정상화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중국 공장만 따로 떼어내더라도 중국 내 판매네트워크와 거래 기업 간 관계가 훼손되는 부수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중국 법인과 현지 정부와 맺은 각종 계약을 정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으로 가더라도 이 중국 사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호타이어 경영이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더블스타가 현지 금융기관의 차입금 연장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고, 자신들의 판매네트워크를 활용해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의 판매도 늘려나갈 수 있어 중국 사업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다고 채권단은 봤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격렬하게 해외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더블스타로 매각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산업은행이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산업은행은 노사 합의가 수반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합의서 제출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하며 노조를 설득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금호타이어 노조간부 2명은 이날 오전 해외매각 반대 등을 주장하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한 송신탑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내용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노조뿐 아니라 지역사회, 협력업체, 대리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행장은 "실무적인 조건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면 이동걸 회장이 노조를 만날 의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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