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 대통령 대북특사, 한반도 '평화의 길' 활짝 열기를

입력 2018-03-02 18:28  

[연합시론] 문 대통령 대북특사, 한반도 '평화의 길' 활짝 열기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 대통령이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대북특사 파견 방침을 밝혀 공식화한 데 이어 이르면 내주 초 구체적인 특사 파견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특사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파견 시기는 이달 중순께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이달 내에 특사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대북특사는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하고 북미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성과를 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조건'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카드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은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하지만 북미가 서로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 문 대통령으로서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사 파견으로 북미접촉이 이뤄지고 비핵화 회담으로 진전되면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과 평화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돌아오면 곧바로 이어질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한반도는 이전의 긴장 상태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미국의 군사옵션 고려가 더 구체화하면서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미국은 비핵화 목표가 명시되지 않은 북미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는 북한의 '시간벌기용' 대화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때 60일 이상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화의 문턱을 훨씬 높인 듯하다. 북한은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대화의 조건은 불분명하다.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은 그대로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종전처럼 부정적인 입장을 우리 측에 거듭 밝혔다고 한다. 그런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것이니 단단히 각오하고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 백악관은 양국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관한 성명에서 '대북특사 파견'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성명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남북대화에 관련된 진전사항들에 관해 설명했다"면서 "두 정상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만 소개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특사 파견 계획을 통보한 것을 중요한 사실로 공개했지만, 백악관은 '북한과 남북대화에 관련된 진전사항들'로 뭉뚱그려 전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편함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국 지도자가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분명하고 변함없는 목표를 갖고 진행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닌 듯하다. 동맹이라고 해서 모든 입장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차이를 존중하면서 가장 중요한 비핵화 목표를 공유하고 공조 체제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북특사 파견 방침을 정한 만큼 특사 인선이나 특사단 구성은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내주 초 인선이 이뤄지고 이달 중순께 방북한다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1주일 정도다. 대북접촉 경험이 많고 물밑에서 준비를 해왔다고 해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세심하게 준비하려면 시간이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다. 대북특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들은 남북관계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충분한 경험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누가되든 대북특사는 한반도 평화를 책임진다는 확고한 소명 의식을 갖고 김 위원장을 만나야 한다.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이 이어지고 3차 남북정상회담의 물꼬도 트여 더 큰 평화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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