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남편, 불교도 출신 아내…미얀마판 로미오와 줄리엣

입력 2018-03-03 12:51  

로힝야족 남편, 불교도 출신 아내…미얀마판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으로 난관 극복…사회적 차별·격리는 여전히 힘들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논란으로 미얀마의 종교·민족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불교도 출신 여성과 로힝야족 남성이 사랑을 꽃피운 사례가 알려져 눈길을 끈다.
3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라카인 주의 주도 시트웨 인근 로힝야족 마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세타라(24·여)는 종종 시내에 들어갈 때마다 '변장' 수준의 준비를 한다.
세타라는 지난 2012년 이 마을 시장에서 남편 모하마드(34)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가족의 반대에도 이듬해 이슬람교도로 개종해 그와 결혼했다.
불교계 민족인 라카인족 출신인 세타라는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이민자 취급을 받아 기본권이 박탈된 상태인 남편과 달리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자칫 개종 사실이 들통날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라카인 주는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간의 반목이 극심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에는 불교도와 무슬림 간에 대규모 유혈충돌이 벌어져 200여명이 숨지고 14만명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했다.
작년 8월에는 로힝야족 반군의 경찰초소 습격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군경의 대규모 토벌 작전이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로 변질해 수천명이 살해되고 70만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모하마드와 세타라가 사는 마을은 다행히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언제든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세타라는 "시트웨에서 내가 로힝야족과 결혼한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만약 사람들이 안다면 나를 죽이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는 "아내가 시내에 나갈 때마다 뭔가가 벌어질까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실제 시트웨는 최근 경찰의 보호 아래 시내에 들어왔던 로힝야족이 폭도로 변한 불교도들의 공격을 받아 숨지는 등 종교·민족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른 상태다.
로힝야족에 대한 반감은 세타라의 친지들도 예외가 아니다.
어릴적 돌아가신 부모 대신 세타라를 키웠던 오빠는 로힝야족 남성과 결혼하려는 그를 심하게 폭행한 뒤 집에서 쫓아냈고, 현재도 왕래를 거부하고 있다.



세타라는 자신이 태어나 자랐던 시트웨 시내를 언젠가 남편과 함께 자유롭게 걷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커플들을 볼 때면 그런 마음이 더욱 강해져 종종 울고 싶어진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결혼 6년차에 접어든 두 사람은 아직 아기를 가질 생각도 못하고 있다. 미얀마는 로힝야족과의 혼혈로 태어난 아이에게는 시민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심한 박해에 시달릴 것이 뻔해서다.
그런 가운데 라카인주에 남아 있는 로힝야족 난민 캠프의 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미얀마 군경의 로힝야족 반군 토벌작전이 시작된 이래 국제 구호단체의 접근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현지 당국은 그나마 생계 수단이 돼 왔던 낚시와 그물질조차 '벵갈리'(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를 뜻하는 말)란 신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는 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작년 11월 로힝야족 난민을 라카인 주로 돌려보낸다는 협약을 체결했지만,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라는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
그런 까닭에 미얀마와의 접경 지대에 있는 난민 캠프에는 현재도 매일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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