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1등으로…여자배구 도로공사 우승 이끈 4개의 바퀴

입력 2018-03-03 17:35  

꼴찌가 1등으로…여자배구 도로공사 우승 이끈 4개의 바퀴
이바나·박정아 쌍포 활약으로 팀 득점 1위
문정원과 임명옥은 박정아 리시브 짐 나눠 들며 지원
김종민 감독 리더십, 1년 만에 재평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3일 안방인 김천체육관에서 2017-2018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팀이다.
꼴찌 팀이 1년 만에 정상으로 도약한 비결은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라이트 이바나 네소비치(30·등록명 이바나)와 레프트 박정아(25) 쌍포의 활약이다.
팀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이바나와 박정아는 각각 오른쪽과 왼쪽 앞바퀴다.
김종민(44)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이번 시즌 순항 비결로 "작년 시즌과 비교하면 외국인 선수가 좋아졌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박정아라는 에이스가 있었다"고 꼽았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는 득점 상위 10명 가운데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바나가 752득점으로 리그 4위, FA로 팀을 옮긴 박정아가 478점으로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 지명권을 고민 없이 이바나에게 썼다.
이바나는 공격 전 부문에서 고르게 활약하며 팀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2011-2012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잠시 뛰었던 이바나는 시즌 초 체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더욱 매서운 공격력을 뽐낸다.
'팔방미인' 이바나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서브 득점(43점)을 올리며 상대 리시브까지 뒤흔들었다.
여기에 서브 득점 5위(37득점) 문정원(26)까지 강서브에 힘을 보탰다.
FA 자격을 얻어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박정아는 이번 시즌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국내 정상급 공격수답게 경기당 평균 16득점을 올렸고, 특히 위기마다 결정적인 득점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의 약점이라면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부분은 박정아가 오면서 해결됐다. 팀이 어려울 때 해결해주는 선수가 있으면 다른 선수도 불안감이 덜하다"고 팀 성적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박정아가 마음 놓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리시브를 지원한 문정원과 리베로 임명옥(31)은 왼쪽 뒷바퀴다.
잘 알려진 대로 박정아의 약점은 리시브다. 한국도로공사 이적 후에도 약점을 보완하지는 못했고, 김 감독은 "워낙 리시브를 안 했던 선수라 당장은 쉽지 않더라"며 전략적으로 두 선수에게 박정아의 짐을 나눠 들도록 했다.
팀을 원활하게 이끌어간 한국도로공사의 베테랑 선수는 오른쪽 뒷바퀴다.
박정아는 "우리 팀은 언니들이 많아서 노련한 팀이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잘 끌고 간다"고 말한다.
세터 이효희(38)는 농익은 기량으로 한국도로공사의 변화무쌍한 공격을 조율했다.
팀 득점 1위 한국도로공사는 오픈 공격(3위)뿐만 아니라 이동 공격(1위), 속공(2위), 퀵오픈(3위), 시간 차(3위) 등 공격 전 부문에서 고루 상위권에 올랐다.
주장 정대영(37)은 점차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신 후배들에게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줬다.
운전대를 잡고 두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김 감독의 리더십도 재평가하기에 충분하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6-2017시즌 저조한 성적에 외국인 선수 케네디 브라이언 '왕따설'까지 터져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선수 기량을 한 단계 끌어 올렸고, 기회가 될 때마다 선수들에게 '개인보다 팀'을 강조해 한국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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