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휴가를 앞둔 동료가 아내와 딸과 함께 외국여행을 간다고 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가슴이 미어집니다."
엘시티 건설현장 추락 참사가 발생할 당시 사고 근로자들과 같은 현장에 있었던 김모 (38) 씨는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눈앞에서 떠나 보낸 동료를 생각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해운대 백병원에는 추락사고로 숨진 남모(37)·이모(58)·김모(48) 씨, 떨어지는 구조물에 맞아 숨진 김모(42)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인상하는 작업을 하던 당시 김 씨는 지상에서 신호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레미콘 차량에 시야가 가려 이동 중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이 지상으로 떨어져 동료를 잃었다"며 사고 당시를 힘들게 떠올렸다.
건물 외벽의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인상 작업은 6명이 한팀을 꾸려 작업한다.
추락사고가 난 두 번째 구조물에는 숨진 동료 3명이 있었다.
신호수인 김 씨는 지상에, 첫 번째 발판에는 생존한 동료 한 명이, 나머지 한 명의 동료는 건물 내부에서 유압기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동료를 눈앞에서 떠나 보낸 김 씨는 "다들 성실한 친구들이었는데…"라며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김 씨는 "사고를 당한 남 씨가 올해 4월에 가족여행을 앞두고 있다고 좋아했다"며 "사고 당일에도 동료들이랑 볼링을 치러 가자고 했으며 밝고 성실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이기 이전에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는 친구였다"며 "누군가에게는 좋은 아빠, 친구였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빈소가 차려진 해운대 백병원 장례식장은 슬픔과 적막감이 감돌았다.
유가족들과 포스코 건설 측의 장례 절차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추후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장례식장 한쪽에 마련된 유족 대기실에서는 간간이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동료와 유족들은 오후 1시에 열린 합동감식에 앞서 사고 현장을 찾았다.
유족은 어지럽게 널린 구조물 잔해에서 작업화 등 유류품을 찾으며 오열했다.
일부 유가족은 사고가 발생한 55층에서 열린 합동감식에 참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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