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척'에서 총재 연임까지…달라진 한국은행 위상

입력 2018-03-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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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면 척'에서 총재 연임까지…달라진 한국은행 위상
그만큼 책임도 커져…"한은 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위해 더욱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한국은행 총재 사실상 첫 연임 결정으로 한은 위상이 격세지감으로 높아졌다. 그만큼 책임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총재 연임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으며 '한은 독립'이 이뤄진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종전에는 재무부 장관이 통화정책에 실질적 권한을 가져서 한은이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기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청와대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그 역할의 중요성이 인정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명예스럽다고 말했다.
취임 초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으로 시달린 이 총재로서는 감회가 더욱 깊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9월 이 총재에게 통화정책 협조를 요청했냐는 질문을 받은 최 전 부총리가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라고 답한 것이 큰 논란이 됐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과 경제부총리가 만날 때면 기준금리가 언급됐는지 주목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새 정부 들어와서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8월 청와대 고위 인사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압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버리는 바람에"라며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한은은 또 발칵 뒤집혔다.
채권시장이 흔들렸고 국회에서는 "정부에서 금리를 올리라는 주문이 있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시기를 지나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연임까지 된 것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중앙은행 총재 연임이 반드시 중립성 강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중국과 일본 중앙은행은 서구권과는 위상에 차이가 있다.
연임을 앞둔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대담한 통화 완화정책으로 아베노믹스 '돌격대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2002년부터 16년째 총재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인민은행은 전폭적인 자율권을 갖지 못한 구조라는 평가다.
또, 이 총재 연임에는 운도 작용했다. 4년 전 처음 적용된 '청문회'라는 큰 문턱이 유력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해도 전 정부에서 임명된 한은 총재가 임기를 흔들림 없이 지킨데다가 다시 임명된 점은 한은 중립성 강화에 청신호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거시경제정책 한 축으로서 한국 경제가 순항하도록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소영 교수는 4일 "한은의 목표인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앙은행으로서 전문성과 도덕성도 더욱 높여서 지난 몇년간 벌어진 현금도난이나 통계 오류, 성희롱 등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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