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대응 EU 보복관세 움직임에 맞불…독일차 겨냥한듯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세금 부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연합(EU)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방침에 반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자 EU 회원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겨냥한 세금 부과를 거론하며 또다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과 EU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가 그 곳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미 엄청나게 높은 관세와 장벽을 더 높이려고 한다면 우리도 그야말로 미국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들의 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국산 자동차(그리고 다른 것들)가 거기서 팔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큰 무역 불균형!"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의회 전문매체인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새로운 관세조치에 대한 EU의 보복 위협에 맞서 EU 회원국들이 수출하는 자동차에 대해 새로운 세금을 매기겠다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유럽산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는 2.5%, 픽업트럭과 상업용 밴에 부과하는 관세는 25%다.
유럽 자동차업계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대부분 독일에 가하는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독일 자동차업계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비난하며 미국이 수입하는 독일산 자동차에 35%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WP가 인용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취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독일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한 금액은 230억 달러(약 24조 9천억 원)에 이른다.
동시에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업계는 미국 내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최대 고용주 중 하나인 BMW가 현지에서 고용하는 인력은 9천 명 이상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매우 어리석은 무역 협정들과 정책들 때문에 연간 8천억 달러(약 866조 4천억 원) 규모의 무역 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우리의 일자리와 부(富)가 수년간 우리를 이용해온 다른 나라들에 뺏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이 얼마나 바보였는지를 보며 비웃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전날에 이어 무역전쟁 불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플로리다 모금행사 영상에서도 "EU는 우리에게 잔인하다"며 "그들은 무역에서 미국을 이기려고 함께 뭉쳤다"고 유럽을 비난했다.
한편 마르게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3일 밤 미 하버드대 강연에서 "유럽 산업과 세계 무역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EU가 미국의 관세 방침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일자리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작동하는 모든 원칙 체계를 다치게 하는 일방적인 보호주의 조치"라고 지적했다고 로이터가 강연록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이번주 공식 서명할 방침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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