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공격받은 프랑스, 아프리카 대테러전 '시험대'

입력 2018-03-04 20:30  

대사관 공격받은 프랑스, 아프리카 대테러전 '시험대'
4천명 파병해 대테러작전 '바르칸' 개시한 뒤 서아프리카 테러 급증
프랑스, 아프리카 5개국 연합군 창설 주도…병력 본격전개 직전 동시다발테러
JNIM "우리 대원 죽인 프랑스군에 대한 보복" 배후 자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부르키나파소의 프랑스대사관이 대규모 테러의 표적이 되면서 프랑스의 아프리카 테러 격퇴전이 중대한 시험대를 맞았다.
이곳에서 벌어진 동시다발 테러가 프랑스 공관들은 물론 프랑스를 중심으로 창설된 동맹군의 지휘계통을 노린 정황이 드러나자 프랑스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의 주요 표적에는 프랑스대사관과 문화원이 포함됐다.
무장 괴한 5명이 프랑스대사관으로 진격하면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대사관에서 1㎞가량 떨어진 프랑스문화원과 부르키나파소 육군본부 인근에서도 폭탄이 잇따라 터졌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대사관이 피격당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즉각 경계령을 발동하고 상황을 긴장 속에 주시했으나, 프랑스 측 사망자는 없었다. 16명의 사망자는 테러범 8명과 부르키나파소군 8명이며, 민간인 등 8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테러 다음 날인 3일에는 사헬지대에서 암약하는 무장조직 '자마 누스라 울-이슬람 알-무슬림'(JNIM)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몇 주간 우리 대원들 여러 명을 죽인 말리의 프랑스군 작전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고 선전매체 알아크바르 통신사가 전했다.
프랑스군은 지난달 15일 공습과 지상작전을 통해 JNIM의 말리 내 근거지를 공격해 20여 명을 사살하거나 생포한 바 있다. JNIM은 지난달 21일 말리에서 지뢰가 터져 프랑스군 2명이 숨진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기도 했다.
테러범들은 프랑스 공관뿐 아니라 부르키나파소 육군본부도 노렸다. 이곳에서 G5(아프리카 5개국) 연합군 지휘관들이 모여 회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테러 직전에 장소가 바뀐 덕분에 군 지휘관들이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테러범들이 노린 G5 연합군은 프랑스가 주도해 지난해 가을 창설된 아프리카의 군사 동맹체다.

프랑스는 옛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사헬 지대를 유럽을 노리는 이슬람 테러집단의 '온상'으로 보고 2013년에 4천여 명의 병력을 직접 보내 격퇴전(작전명 '바르칸')을 시작했다.
프랑스는 4년간의 작전으로 200명이 넘는 테러 조직원들을 '제거'했지만, 병력 12명을 잃고 국방비가 가중되는 등 부담을 느껴왔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책임 분담을 모색해온 프랑스는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인 작년 가을 니제르·부르키나파소·차드·말리·모리타니 5개국을 압박, 병력 5천 명의 아프리카 연합군(G5 사헬 연합군)을 창설하기에 이른다.
기존에 카페 등 민간시설이 주요 표적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장경계가 삼엄한 정규군 시설이 타깃이 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시점이 G5 연합군의 작전과 병력배치가 본격화되기 직전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군은 테러범들이 최근 상부조직으로부터 G5의 병력 전개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으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특히 정규군 복장을 하고 있어서 군경의 초기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르몽드의 소식통에 따르면, 작년 와가두구의 한 군사용품 판매점에서 군복이 대거 도난당한 일과 이번 테러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러가 발생한 부르키나파소는 프랑스의 아프리카 대테러전의 최전선이자 '약한 고리'라는 평가가 많다.


와가두구에 프랑스군 특수부대가 주둔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곳은 G5의 수도 중에서도 니제르의 니아메이나 말리의 바마코에 비해 보안체계가 잘 구축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 직전 버스로 이동 중이던 프랑스군 특수부대를 상대로 수류탄 공격이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테러 시도가 빈발하고 있다.
비교적 테러가 없었던 부르키나파소에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부터로 프랑스의 테러 격퇴전을 개시한 뒤부터다.
지난 8월에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번화가 식당에서 총격 테러로 19명이 숨졌고, 앞서 작년 1월에도 와가두구 번화가의 테러로 30명(캐나다인 6명, 유럽인 5명 포함)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도 보고서에서 사헬연합군 창설은 그랜드 사하라 지방에서의 이슬람국가(IS)와 다른 테러집단의 위협 증대라는 상황과 함께 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부르키나파소군은 이후 와가두구의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던 중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 직후 부르키나파소의 대통령에게 전화해 테러 격퇴 의지를 재확인하고 G5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관이 공격당해 충격에 빠진 프랑스로서는 이후 아프리카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가 이어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 주둔군의 열악한 상황과 반대로 국방예산 삭감이 도화선이 돼 대통령과 합참의장의 갈등이 작년에 전면화된 적이 있다. 이때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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