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영국서 엄마와 생활…공항서 추방 직전 풀려나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14년 동안 영국에서 살아온 아프리카 출신 모녀가 공항에서 모국으로 추방되기 직전 극적으로 풀려났다.
모녀 중 딸은 망명 신청자 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알린다며 단식항의를 했고, 수일 전 언론에도 고발한 바 있다.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 출신의 오펠로 크가리(27)는 엄마 플로렌스(55)와 함께 공항에서 추방되기 직전에 의원들의 도움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4일 보도했다.
오펠로는 지난 3일 관리들에 의해 억류 중이던 얄스 우드(Yarl's Wood) 망명 신청자 시설에서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야 그날 오후 비행기 편으로 추방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모녀의 변호인과 일부 의원이 적극적으로 구명 운동에 나서고, 이민장관인 캐럴린 노크스가 기존의 방침을 바꾸면서 두 사람은 겨우 추방을 피할 수 있었다.
13살에 영국으로 온 오펠로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자원봉사 및 자선 활동에 참가해 왔으며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일하고 있다.
엄마 플로렌스는 추방 소식을 전해 듣고는 물품을 챙길 시간마저 주어지지 않았다며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플로렌스는 또 딸 오펠로가 생의 절반을 영국에서 살아온 만큼 보츠와나에서 살 기반이 없다며 걱정을 표시했었다.
일반 영국 여성의 삶을 살던 오펠로는 지난해 5월 친구들과 함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던 중 당국에 연행된 뒤 얄스 우드로 옮겨졌다.
오펠로는 이후 2주마다 내무부에 신고하는 조건으로 2주 만에 풀려났다.
하지만 오펠로는 5주 전 엄마와 함께 다시 얄스 우드에 수용됐고, 최근에는 시설의 열악한 환경에 항의해 동료 120명과 함께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오펠로는 두 번째로 구금될 당시에는 요가를 배우러 가려던 참이어서 브래지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끌려갔고 엄마와 함께 구금된 채 5일간은 속옷도 갈아입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펠로의 친구는 항의 단식을 하던 또 다른 여성 한 명이 인도 델리로 추방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모녀는 2010년부터 영국 체류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우고 있으며, 그들의 요청은 이미 여러 차례 거부됐다.
모녀가 사는 곳을 지역구로 하는 노동당의 루스 스미스 의원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처럼 사람을 다루는 것은 완전히 비인간적"이라며 모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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