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사회자 키멜 "오스카는 손 모으고 있지 않느냐"

입력 2018-03-05 13:18  

아카데미 사회자 키멜 "오스카는 손 모으고 있지 않느냐"
코비 브라이언트,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미투에 역행" 지적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우리가 오스카를 존경하는 이유는…"
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 지미 키멜이 할리우드 연예산업의 성폭력 관행을 꼬집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하비(와인스틴)가 일으킨 사건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져야 했을 것이었다. 더 이상 미끄러져 가게끔 놔두진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멜은 이어 오스카 트로피를 가리키며 "오스카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럴만한 좋은 이유가 있다.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 해라. 그의 손은 남들이 다 쳐다볼 수 있게끔 가지런히 모은 채 꿈쩍 않고 있지 않느냐. 그는 또 상스러운 말도 내뱉지 않는다"고 농담을 건넸다.
오스카는 아카데미 수상자에게 주는 인간 모양의 트로피를 부르는 애칭이다.
키멜은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위그가 8년 만에 처음 여성으로서 감독상 후보에 오른 사실을 소개하며 "오로지 11%의 영화만 여성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할리우드에 좁히기 어려운 남녀 배우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며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주창했다.
키멜은 지난해 작품상 수상작이 잘못 발표된 봉투 배달 사고(엔빌롭 게이트)를 의식한 듯 "오늘 수상자로 호명되면 바로 일어서지 말고 일분만 우리에게 시간을 달라. 또 다른 사건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블랙 팬서'에서 가상왕국 와칸다의 여전사로 나오는 여배우 루피타 뇽을 가리키면서는 "그녀는 멕시코에서 출생해 케냐에서 자랐다. 대통령이 화장실에서 트윗을 시작하게 놔둬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을 꼬집은 코멘트다.
이날 레드카펫에서는 루피타 뇽과 또 다른 이민자 출신 수상 후보 쿠마일 난지아니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다카(DACA)를 지칭하며 "우린 드리머다. 드리머는 할리우드의 기반이자, 미국의 기반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NBA 농구 스타 출신 코비 브라이언트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어 눈길을 끌었다.
브라이언트는 자신이 제작한 '디어 바스켓볼'로 애니메이션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브라이언트는 2015년 자신이 쓴 시를 기초로 이 영화를 기획했고 디즈니 사단인 애니메이션 감독 글렌 킨이 영화화했다.
브라이언트는 "챔피언십 우승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라이언트가 2003년 19세 여성 성폭행 혐의로 구설에 오른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미투' 분위기를 거스르는 수상자 선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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