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종합대책 이후 검거 늘어…전년 대비 구속 2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당신 명의로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습니다. 불러주는 인터넷 주소로 접속해 사건 내용을 확인하세요."
A씨는 올해 초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상대방을 의심했으나 상대가 검찰청 사이트를 불러주며 A씨가 연루된 사건 내용을 확인시켜주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범죄와 관련됐는지 확인해야 하니 계좌의 돈을 모두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는 상대의 말에 따라 금감원 직원이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서 현금 8천만 원을 건넸다.
그러나 검사와 금감원 직원은 모두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이었고, A씨가 사건 내용을 확인한 검찰청 사이트도 가짜였다.
A씨를 속인 일당은 지난달 서초경찰서에 신설된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팀에 붙잡혔다. 수사팀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는 수거책을 검거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총책 격인 신 모(33)씨를 비롯한 일당 9명을 모두 구속했다.
신씨 등은 올해 1∼2월 34명의 피해자로부터 7억4천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달 관내 5개 경찰서에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고 지능범죄수사대 3개 팀을 전담팀으로 지정하는 등 종합 대책을 시행하면서 보이스피싱 혐의로 검거된 사범이 증가했다.
올해 2월 서울지방경찰청과 관내 경찰서에서 검거한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총 580명으로, 지난해 2월 533명이 검거된 것과 비교해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속 피의자는 86명으로 지난해 2월(44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고, 주범 격인 총책 관리책도 5명 검거돼 지난해(1명)보다 크게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5일 "아직 시행 한 달째라 (수사 성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전제하면서 "구속 피의자가 늘어난 것은 중간 관리자급 이상이 많이 검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ae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