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화물 많은 부산항과 안 맞아…공감대 형성 후 충분한 검토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전 산업으로 확산하는 4차산업 혁명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무인 자동화가 해법은 아니며 부산항의 실정에는 맞지도 않는다."
5일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지능형 자동화 터미널의 항만인력 대응방안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용역수행기관인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은 해양수산부가 부산신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무인자동화터미널(스마트항만)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노사정의 공감대 형성, 현장 실증 후에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용역은 항만노무인력을 공급하는 부산항운노동조합이 항만운송노동연구원에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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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부산신항의 신규 터미널을 국내 최초의 무인 자동화 기반의 차세대 스마트항만으로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항만운송노동연구원은 먼저 무인 자동화 터미널을 도입한 중국, 싱가포르, 네덜란드, 미국은 배경과 여건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항만의 성장 속도에 비해 숙련된 근로자가 부족한 데다 자국 항만장비업체의 세계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정책 자원에서 무인 자동화에 적극적이며, 사회주의 체제여서 갈등 조정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자국 내에 항만인력이 부족하고, 네덜란드는 인건비가 비싸고 근로시간이 짧은 데다 근로자들의 결근이 잦은 등 인력운영의 어려움이 무인 자동화의 배경이다.
반면 부산항은 숙련된 근로자 공급이 충분하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사회적 갈등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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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동화 터미널은 시스템 유지관리와 업데이트를 위해 정기적으로 몇 시간씩 운영을 중단해야 하고, 사이버 공격을 당해 시스템이 망가지면 장기간 터미널이 마비되는 취약점도 있다고 소개했다.
기상 악화 때는 안벽 크레인의 원격조정이 어려워 터미널 운영 중단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미 가동 중인 외국의 무인 자동화 터미널의 생산성이 알려진 것처럼 높지 않아 막대한 투자비 회수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항만운송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무인 자동화 터미널들의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량은 대체로 23~25개 정도로 목표한 40개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신항은 시간당 평균 32개이고, 최대 처리량은 50개에 이른다.
부산항은 한 선박에서 내려 다른 선박에 옮겨싣는 환적화물 비중이 50%를 넘는 데다 주말에 선박이 집중되는 여건상 단시간에 대량의 컨테이너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생산성이 떨어지는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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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무인 자동화 터미널은 반자동 터미널보다 2배나 많은 인프라 구축비와 장비구매비, 3~5배의 IT 비용과 유지보수비가 들지만 생산성이 높지 않아 선사들이 이용을 기피하는 바람에 하역료를 덤핑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가뜩이나 낮은 부산항의 하역료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먼저 무인 자동화를 도입한 외국은 오랜 기간 준비와 현장검증을 통해 아주 제한적인 범위에서 운영하고 있을 만큼 무인 자동화는 여전히 그 성과가 검증단계에 있다며 부산항도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노사정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부산항의 실정에 적합한 한국형 자동화 모델을 개발해도 세계 항만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신항에 무인 자동화가 도입될 경우 터미널 현장 근로자의 88%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이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무인 자동화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하역이 중단되면 직접 피해만 하루 1천200억 원, 간접피해까지 합치면 8천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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