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어서와…'를 노린다"…마이너 채널, 봄 예능 대전

입력 2018-03-06 08:10   수정 2018-03-06 08:55

"제2의 '어서와…'를 노린다"…마이너 채널, 봄 예능 대전
일제히 가성비 높은 예능으로 승부수…"젊은층을 잡아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봄을 맞아 방송 예능가가 들썩인다.
메이저 채널인 지상파 3사와 tvN, JTBC도 잇따라 신규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있지만 이들이 방송가 '1군'이라면, 이번 봄은 '2군'의 움직임이 예년과 달라 주목된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타 채널 프로그램의 재방송이나 신변잡기 토크쇼 위주로 시간을 때우던 2군 채널들이 잇따라 신규 제작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놓거나 개편을 통해 심기일전 전의를 불태운다.



◇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예능가에 불을 댕기다
2군 채널의 이같은 움직임은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대박에서 출발한다. 개국 10년간 시청률 2% 넘는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했던 MBC에브리원은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로 2%는 물론이고 5%(1월25일)까지 넘어섰다.
시청률 2%가 '꿈에 그리던 목표'였던 마이너 채널이 6개월 만에 시청률 5%까지 맛보는 '대박'이 터지는 사건에 방송가 전체가 주목했는데, 그중에서도 2군 채널들이 받은 충격과 자극이 컸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청률이 나온 것은 물론이고, 이 같은 성적으로 광고가 완판에 특판 행진을 이어가면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6개월간 1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올렸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제작비는 회당 5천만원 선이다. MBC에브리원은 수익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PD에게는 일찌감치 '100억 소년'이라는 애칭이 불었으며 지난 1월 현재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 프로가 최근 두세달은 매월 40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본방송 광고에, 수많은 재방송에 따른 광고 수입과 타채널 판매를 통해 얻은 수입이 합쳐진 결과다.
반면,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회당 제작비가 4억~5억인데 비해, 대부분 수익은커녕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잘 만든 예능 하나가 열 드라마 안 부러운 것이다.
MBC에브리원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신규 예능 제작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한 4월 봄 개편에서 '비디오스타' '주간 아이돌' 등 기존 프로그램의 개편도 단행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이달 중순 시즌1을 종료하고 두달간 휴식 후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 "젊은층을 잡아라"…새로운 포맷·캐스팅 경쟁
그간 JTBC를 제외한 종편채널에서도 시청률 1%를 넘어서며 2~4%를 기록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문제는 젊은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광고주들의 선호도가 낮았다는 점이다. KBS 1TV '가요무대'가 1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해도 젊은층이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랜기간 종편채널에서 시청률이 높은 예능은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신변잡기 위주 토크쇼로, 명예훼손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채널A가 '하트시그널'과 '도시어부'를 성공시키면서 TV조선과 MBN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6~9월 방송된 '하트시그널'은 젊은층 사이에서 '대박'을 치며 큰 화제를 모았고, '도시어부'는 전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속 9월부터 지금까지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채널A는 오는 16일 많은 기대 속 '하트시그널2'를 론칭하며, 스타들이 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예능 등 신규 예능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MBN도 스타들이 등산을 하며 토크를 펼치는 예능 등 두 편의 신규 예능을 최근 광고주 설명회에서 소개했다. 지난해 '대어' 강호동을 영입하고, 이런저런 관찰 예능을 선보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MBN은 올해 젊은층 공략에 재도전한다.
드라마는 물론, 예능에서도 후발주자인 TV조선은 SBS에서 '동상이몽'을 연출하다 최근 퇴사한 서혜진 PD를 영입하는 등 예능국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은이, 이홍기, 세븐, 권혁수 등이 출연하는 신규 예능 '전설의 볼링'을 오는 16일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청춘스타를 내세운 새로운 포맷의 예능을 기획한다.



지난해 '내 딸의 남자들' '별거가 별거냐'를 시즌2까지 선보이며 자체 제작 예능에 자신감이 붙은 E채널은 오는 4월 '내 딸의 남자들' 시즌3을 선보이며 시청률 2%에 도전한다.
E채널은 이에 앞서 몸값 비싼 강호동을 영입한 '태어나서 처음으로'를 지난 3일 선보였고, 노홍철과 김민종 등이 출연하는 등산예능 '정상회담'을 오는 17일 론칭한다.



또 채널 히스토리는 7일 새 예능 프로그램 '말술클럽'을 시작한다. 전통주를 찾아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장진 감독과 배우 박건형, 가수 지숙 등이 출연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저마다 시청률 1~2%를 1차 목표로 삼으면서 젊은층 공략을 희망한다. 일단 시청률 2%를 넘어서면 2군 채널에서는 '대박'의 가능성이 있다.
한 케이블채널 관계자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성공이 굉장히 큰 자극을 줬다. 배도 아프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올해 예능 프로그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듯하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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