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 최대 정당 약진…극우당 동맹, 베를루스코니의 FI에 앞서 이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강경 난민 정책을 공약하고,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반체제 정당과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9년 전 좌와 우로 나뉜 기성 정치체제의 부패를 심판하겠다는 구호 아래 탄생한 신생정당 오성운동은 30%를 웃도는 득표율로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 이탈리아 정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약 37%의 표를 얻어 최다 득표가 예상되는 우파연합에서는 극우정당 동맹이 당초 예상을 깨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에 득표율이 앞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5일 총투표의 약 4분의 3이 개표된 가운데 우파와 극우성향의 4개 정당이 손을 잡고 총선에 나선 우파연합은 상원과 하원 모두 37%를 웃도는 득표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이 약 18%의 표를 얻어 14%의 표를 얻는 데 그친 FI에 앞서 있다.
다른 정당과 연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에 임한 오성운동은 약 31%의 표를 득표, 우파연합의 뒤를 잇고 있다. 31세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기록한 지지율 28%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을 보여,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민주당이 중심이 된 중도좌파연합은 약 23%의 지지율로 멀찌감치 뒤로 처졌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은 약 19%의 저조한 득표율을 보이고 있어 참패가 예상된다.
총선 전 예상처럼 어떤 진영도 독자적 정부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짧게는 수 주, 길게는 수 개월 간 정파 간 새로운 연대 시도가 이어지며, 이탈리아는 당분간 정정 불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총선 결과로 야기된 불확실성이 반영되며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10bp(1bp=0.01%포인트) 올랐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도 오전 현재 1.2% 떨어져 약세를 보였다.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약진하며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퓰리즘 성향의 오성운동이 EU에 적대적인 동맹, FDI 등 극우정당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오성운동은 실제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대를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 언론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의 총선 결과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면에 "이탈리아를 오성운동과 동맹이 접수했다"며 오성운동을 빼놓고는 정부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또 "민주당이 KO를 당했다"며 20%득표율에도 못미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렌치 전 총리가 대표직에서 사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간 라 스탐파는 1면에 "디 마이오가 이겼고, 이탈리아는 통치 불가능해졌다"는 헤드라인을 실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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