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혼란은 유로화 탓? 민생고가 포퓰리즘 키웠다

입력 2018-03-06 09:51   수정 2018-03-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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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혼란은 유로화 탓? 민생고가 포퓰리즘 키웠다
"금융정책 박탈당하며 자국 저성장 관리능력 상실"
임금 제자리에 실업률 치솟고 불평등 심화해 대중분노 폭발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반체제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한 배경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민의 고통이 가중된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 이탈리아 총선 결과 분석 기사를 내놓으며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이탈리아에서 주류 정치에 대한 항의성 투표가 무르익었다'고 진단했다.
임금은 제자리인 상태에서 실업률은 치솟은 데다 저성장, 양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이탈리아에 포퓰리즘이 발호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탈리아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2012~2013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지난 4년간 그동안의 경제적 손실을 만회할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금융위기 수준 이전을 능가하는 경제적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 서방 국가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뿐이다.
세기가 바뀌는 무렵 이후의 시점으로 봤을 때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이 그리스보다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리스는 최악의 시기에 도달하기 전 호황기를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현재 생활 수준은 유럽연합(EU)의 단일화폐인 유로가 유통되기 시작한 1999년과 비교해 조금 높아지는 게 그쳤다.
가디언은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발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이 분명히 한 요소가 돼왔다고 지적했다.
단일화폐 사용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화폐 평가절하 같은 금융정책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경쟁력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유로존 가입 전에 이탈리아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환율정책을 때로 정기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금융정책 운용권을 위탁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저성장과 제자리 임금, 높은 실업률, 긴축 정책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환경은 기성 정치체제의 부패를 심판하겠다는 구호 아래 탄생한 신생정당 '오성운동'이 이번 총선에서 약진하는 최고의 조건이 됐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를 포함한 이탈리아 주류 정치인은 경제 정책에서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지난 4년간 약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나 그 가운데 60%는 시간제 근로자들이다.
청년 실업률은 떨어지긴 했어도 25세 미만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은 여전히 무직인 상태다. 이는 EU 평균보다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탈리아 내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학업을 마친 뒤 해외로 나가 구직 기회를 찾고 있다.


젠틸로니 총리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한 연설에서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 불만족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성장이 불평등을 줄이지 않지만,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수의 나라에서는 경제 성장이 있어도 불평등은 계속 심화하고 있다. 그 불평등 수준은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장기적 경제 트라우마, 지역 간 산업 격차, 고실업률과 저성장으로 인한 재정 적자에 따른 정책 결정자들의 대응 방안 등을 고려할 때 포퓰리스트들의 반란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강경 난민 정책을 공약하고,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오성운동과 '이탈리아 우선'을 외친 우파·극우당 동맹 우파연합 등 반체제 정당과 극우정당이 약진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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