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기후변화 대응에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입력 2018-03-06 09:54  

반기문 "기후변화 대응에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미 파리기후협약 탈퇴로 자금조달 어려움…"목표 실현되리라 낙관"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결정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인터뷰에서 "미국이 현재 큰 문제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실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정치적 측면에서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했다. 모든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며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전임자 '오바마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면서 2015년 세계 195개국이 체결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자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협약 당사국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근시안적이고 과학적으로 잘못된 조언에 근거한 것이었다. 누가 그에게 조언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싸움은 유럽이 이끌어왔으나 최근 유럽 내부의 정치 갈등으로 인해 이런 역할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스러운 속내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물론이고 정치적 문제들과 난민 현안 등 현재 유럽에서 나타나는 분열 양상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선도자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마크롱 대통령과의 만난 자리에서 이런 견해를 전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피해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에 지원하기로 한 연간 1천억달러(약 107조7천억원) 규모의 지원금 조달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부재로 우리는 자금조달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이 지불하지 않는 자금을 누가 채워줄 수 있겠나. 그것은 현재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민간부문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할 필요가 생겼다며 세계은행(WB) 김용 총재와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빈자리가 크긴 하지만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온전히 동참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며 완전히 동참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의 탈퇴에도 여전히 파리협약의 목표인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준 수준에서 2℃ 이내로 억제하고 이를 1.5℃ 수준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표시하며 "우리가 이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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