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연작 장편소설…1929년 신문 연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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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염상섭, 김기진, 현진건, 최상덕, 이익상 등 1920년대 스타 작가들이 함께 써낸 연작 장편소설 '황원행(荒原行)'이 복원돼 책으로 출간됐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CK사업단이 이 작품의 복원 작업을 기획하고 실행해 상(344쪽)-하(281쪽) 두 권 분량의 책으로 소명출판에서 펴냈다.
이 소설은 1929년 6월 8일부터 10월 21일까지 동아일보에 총 131회에 걸쳐 연재됐다. 당시 내로라하는 다섯 명의 작가와 다섯 명의 화가들을 섭외해 야심차게 기획된 작품이다. 애초 다섯 작가는 각각 25회씩 담당해 125회로 연재할 계획이었으나, 마지막 부분을 담당한 이익상이 6회분을 더 써 총 131회로 연재됐다. 삽화가로는 이승만, 안석주, 이용우, 이상범, 노수현이 참여했다.
내용은 빼어난 외모의 신여성으로 카페에서 일하는 '애라'가 겪는 사랑과 몰락의 이야기다. 애라가 사랑에 빠진 남자는 '철호'. 그는 일본 유학을 하고 돌아와 부잣집을 터는 강도로 암약한다. 그의 옆에는 일본 유학 시절 만나 사귀게 된 여성 '홍한경'이 있다. 홍한경의 오빠인 '홍면후'는 형사과장으로 철호를 쫓고 있는데, 한편으론 카페에서 만난 애라에게 빠져있다. 애라는 철호를 사이에 두고 한경과 삼각관계를 벌이며 질투에 휩싸이고, 한편으론 철호의 뒤를 쫓는 홍면후에게서 구애와 함께 철호의 행적을 대라는 회유를 받으며 갈등한다.
연재 당시 독자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의 창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대중문학의 계몽적 표본물', '없는 시간이라도 일부러 만들어서 누구나 한번 읽어볼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당대에 여러 면에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음에도 연재된 내용이 흩어져 있어 후대 독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작가별로 부분이 단편적으로 발행된 적이 있을 뿐, 작품 전체가 책으로 묶이지 못했다.
이번에 복원 과정에서 처음으로 작품 전체를 하나로 묶었고 삽화까지 그대로 담았다. 현대 독자들을 위해 세로로 쓰인 본문을 가로쓰기로 바꿨고 현대 어법에 맞게 띄어쓰기도 고쳤다. 또 동아일보 영인본을 비롯해 원문과 다른 자료까지 비교하며 파손된 부분을 채우고 정확도를 높였으며,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뜻풀이를 해주는 주석을 꼼꼼히 달았다. 당시 독자들의 반응을 참고할 수 있도록 작품 연재 이후 신문에 게재된 독후감도 부록으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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