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공습에 지하실·지하벙커·터널 등으로 수천명에서 수만명 피신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폭격에 '생지옥'으로 변한 반군 지역 동(東)구타에서 주민 수천명이 공습을 피해 지하생활을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5일(현지시간) 전했다.
동구타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계속되는 공습에서 살아남기 위해 건물 지하실이나 지하벙커, 지하터널로 숨어 들어가고 있다.
이곳에는 화장실도, 온기도 없지만, 사람들은 음식을 구하거나 근처 주택의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지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음식은 부족하고, 사생활과 위생은 거의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그나마 어른들은 배고픔을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은 지쳐 잠들 때까지 울곤 한다고 한 주민은 전했다.
시드라라는 이름의 한 주민은 13살 딸이 지난 한 주간 굶주림과 공포로 두 번이나 기절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주민들은 지하실이 폭격에서 목숨을 지켜줄 만큼 튼튼한지도 걱정하고 있다.
현지 의사와 활동가들은 동구타에서 지하로 피신한 주민이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지하벙커에는 60㎡ 넓이의 공간에 100명이 넘게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로, 커튼으로 여성과 남성이 사용하는 구역을 분리해놓았다. 한쪽에는 난로가 있지만, 요리할 음식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지하 구석에 화장실을 만들어놓고 커튼으로 가려놓은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공습이 계속되면서 인도적 지원 단체의 차량은 이 지역에 들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휴전 결의 채택 후 며칠간 공격 수위 조절에 나섰던 시리아 정부군은 최근 들어 다시 강력한 공습을 재개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후 동구타와 다마스쿠스 주민 약 750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170명 이상이 어린이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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