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었던 땅 녹으며 공사장·옹벽·축대 등 곳곳 붕괴 우려
등산할 땐 절벽, 능선, 계곡 피하고 등산로 따라 산행해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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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칼바람을 앞세운 지독한 한파가 마침내 물러나고 포근한 봄이 성큼 다가왔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에는 연둣빛 새싹이 돋고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꽃망울이 알알이 맺히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축복받은 계절. 그 봄을 앞두고 낙석과 붕괴 등 해빙기 안전사고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 '쩍쩍' 갈라지고 '쿵쿵' 무너지고
낮과 밤 기온 차가 큰 해빙기는 땅속에 스며든 물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지반을 약하게 만든다.
이런 탓에 경사가 급한 절개지나 공사현장 등은 이맘때가 되면 갈라짐과 무너짐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해빙기인 2∼3월에 발생한 붕괴와 낙석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모두 72건에 달한다.
사고로 16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했다.
사고 중 51%는 절개지에서 났고, 이어 축대·옹벽 20%, 건설공사장 18%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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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고로는 2014년 3월 등반객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북한산 인수봉 암벽 낙석사고가 있다.
사고 당시 500㎏에 달하는 바위가 갑자기 여러 파편으로 쪼개져 굴러떨어지면서 사상자들은 피할 겨를조차 없이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상자 11명이 발생한 2009년 2월 판교 신도시 공사현장 붕괴도 대표적 해빙기 안전사고로 꼽힌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2012년 3월 충북 단양군 국도 5호선에서는 15m 높이 절개지가 붕괴했고, 이듬해 3월에는 서울 봉천 신시장 재개발 공사현장 흙막이 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밖에 주택과 축대 등 숱한 시설물이 무너져 해빙기는 '노후 건축물의 무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안전사고 막아라'…지자체 취약지 점검 분주
지자체는 해빙기만 되면 도심 곳곳에 도사린 붕괴와 낙석 위험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붕괴 위험이 큰 대형 공사현장과 산사태와 낙석 우려가 있는 도로 주변에는 어김없이 점검반이 배치돼 위험 요소를 진단한다.
부산시는 이달 14일까지를 '해빙기 취약시설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민관이 함께하는 합동점검반을 꾸렸다.
점검반은 공사장 54곳과 급경사지 39곳, 옹벽·석축 10곳, 주택 등 15곳 등 사고 위험이 큰 118곳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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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도 29개 시·군 2천242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분류하고 시설물 관리 현황과 재난 매뉴얼, 사방사업 안전관리 등을 점검한다.
점검에는 산림청과 각 시·군도 참여,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정비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전남과 경남·북 등 다른 지자체와 고용노동지청도 해빙기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안전 계획을 세워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해빙기에는 생활 주변 축대나 옹벽 등 시설물 안전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가까운 읍·면·동사무소나 안전신문고로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 '방심은 금물' 해빙기 안전사고 예방은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가 점검에 분주하지만, 야외 활동이 잦은 해빙기에는 스스로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다져야 한다.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먼저 공사장은 균열이나 '배부름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경사면이나 흙막이 윗부분에 자재 등을 쌓아서는 안 되고, 흙막이 시설에 변형이나 부식, 손상이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무너지기 쉬운 축대나 옹벽에 균열은 없는지, 담이 기울어져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꼼꼼함도 요구된다.
작업자는 반드시 안전모와 안전화, 작업 벨트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공사현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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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를 때는 바위 절벽이나 능선, 계곡은 피하고 등산로를 따라 산행해야 안전하다.
맨땅이라도 겉만 녹고 속은 얼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낙석을 목격하면 소리를 질러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방수·방풍 소재 등산복과 여벌 옷, 손전등, 비상식량을 챙겨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해빙기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다른 계절보다 붕괴나 낙석 위험이 크다"며 "인명사고가 잦은 공사현장 등은 평소보다 작업자 안전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현, 변우열, 운우용, 황봉규, 이승형, 손상원, 양정우, 박영서,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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