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미투' 진도는…미국·서유럽 들불, 중국은 뭉그적

입력 2018-03-06 16:36  

지구촌 '미투' 진도는…미국·서유럽 들불, 중국은 뭉그적
프랑스·스웨덴은 법제개혁까지…남미·아프리카는 침묵
미국·서유럽 큰 반향에도 저소득·소외계층은 아직 무풍지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작년에 10월 시작된 여권신장 운동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반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신드롬으로 번졌다.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각 사회의 고질적인 성폭력에 대한 울분 때문에 동력이 눈덩이처럼 불었으나 그 정도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미투가 큰 위세를 떨친 국가로는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상습 성폭행을 계기로 이 운동이 탄생한 미국이 첫 손에 꼽힌다.
미디어 스타, 영화업계 종사자, 정치인 등 수십명이 성추문과 함께 일자리와 명성을 동시에 잃었다.
각계에서 성추문에 휘말린 이들이 너무 많아 인명록을 따로 만들 수준에 이르렀다.
서유럽에서도 유력인사들이 미투 앞에 패가망신했고, 일부 국가들에서는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을 강화하고 있다.


'로망스의 나라' 프랑스도 미투의 들불이 크게 휩쓸고 지나가고 있는 국가로 거명된다.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추파를 던지는 등의 이른바 '캣콜링'을 하는 남성을 즉석에서 처벌하기로 했다.
최소 90유로(12만원 상당)에서 최대 750유로(1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리는 이 법률은 몇 달 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데 대한 여성들의 변론이 등장해 무분별한 폭로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프랑스 유명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다른 여성 99명과 함께 일간 르몽드에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고 투고했다.
그러나 다른 여성들의 불같은 반발에 부딪혀 결국 이들은 "추행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사과를 했다.


영국에서는 남성전용 연례 자선행사가 성추문 끝에 폐지됐다.
지난 1월 열린 이 행사에서 참석한 기업임원 수백명 가운데 일부가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착용한 여성 종업원들을 더듬는 사건이 빚어진 것이다.
앤 밀턴 영국 교육부 차관은 "21세기에 어떻게 그런 짓이 불거지는지 모르겠다"며 "여성들은 어디서 일하든 안전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미투로 물러난 최고위 인사는 마이클 팰런 전 영국 국방부 장관이다.
팰런 전 장관은 15년 전 여성 언론인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자 작년에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북유럽에서도 미투 들불은 거셌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아이슬란드, 스웨덴 여성들은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적 접촉을 불법으로 하는 쪽으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투의 세계 확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P통신은 미국과 서유럽에서 미투가 주로 고학력 전문직 인사들에게 국한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노동계층이나 저소득 여성들이 미투에 동참하지 못한 까닭에 '미투' 대신 극소수를 뜻하는 '위퓨'(WeFew)라는 회의적 해시태그가 등장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미국이었다는 사실도 일부 국가에서는 한계로 작용했다.
반미 성향이 강한 국가들에서 미국 문화에 대한 저항감 때문에 수용에 주저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의 국제학 교수인 앤 마리 괴츠는 "미투가 미국에서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좋을 뻔했다"고 말했다.
괴츠 교수는 "여권신장운동을 저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방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페미니즘 운동을 그런 식으로 바보로 만드는 작태가 오랫동안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미투를 논의하는 행위가 소셜미디어에서 검열당하거나 체제를 위협하는 해외운동으로 낙인이 찍히는 때가 있었다.
중국인들은 검열을 피하려고 중국어로 '미투'로 발음되는 '라이스버니'(RiceBunny) 같은 해시태그를 대신 써야 했다.


인도에서는 학자 60여명의 성폭력 가해 주장이 나왔으나 오히려 페미니스트들 사이의 불화로 이어지고 말았다.
미국에서 법을 공부하는 학생이 인도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페이스북에 가해자들의 이름을 적시했다.
그러나 해당 목록에는 가해 사실이나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이 거의 없었고 일부 여성들은 이를 불공정하다고 비판을 가했다.
인도는 2013년 직장 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법을 제정했으나 여성들은 아직 자신의 사례를 고발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성평등 활동가인 수다르샤나 쿤두는 "인도에는 유행하면 잠재우는 문화가 있다"며 "조직들이 자기네 신용이 걱정돼 여성 근로자들에게 성폭력 사례를 보고하지 말고 합의를 보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남미의 브라질,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미투가 상륙했으나 미국이나 서유럽만큼 불붙지는 못했다.
남아공의 여성 사바초 마피사(24)는 "여기 남자들은 더듬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냥 문화가 그래서 성폭력에 대해 여자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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