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스웨덴을 만든 중요한 가치는 '사회적 합의'"

입력 2018-03-06 17:08  

"오늘날의 스웨덴을 만든 중요한 가치는 '사회적 합의'"
신간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휘게'로 대표되는 북유럽 스타일이 최근 몇년간 유행하면서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복지제도, 교육제도 등을 소개한 책들이 여럿 나왔다.
2011∼2015년 주한스웨덴대사로 재직했던 라르스 다니엘손 현 주유럽연합 스웨덴대표부 대사가 펴낸 신간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책이다.
다니엘손 대사는 자신이 만난 많은 한국인이 흔한 이야기가 아닌 '스웨덴의 진짜 이야기'를 궁금해했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 독자들을 위한 스웨덴 책을 펴내기로 마음먹었다.
책은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29년째 근무 중인 박현정 주한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이 한국인의 관점에서 질문하고 다니엘손 대사가 답하는 식으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스웨덴인들의 사고방식과 사랑, 정치, 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출간을 기념해 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두 사람은 무엇보다 오늘날의 스웨덴을 만든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회적 합의'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로의 의견을 들은 뒤 합의를 거쳐 결정을 도출하는 과정이 사회의 기준으로 자리잡혀 있다는 것.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은 긴 시간이 걸려 만들어졌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마르틴 루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가 남긴 영향의 하나는 공통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겁니다. 또 하나 역사적인 맥락과도 관계가 있는데 스웨덴은 굉장히 가난한 나라였어요.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뭉쳐야만 했죠. 스웨덴인의 75%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한다는 조사도 있어요. 이는 75%의 사람들이 비슷한 경제환경과 사회환경에서 살아간다는 의미인데 아무래도 비슷한 환경이라면 합의에 이르기가 더 쉽습니다."(다니엘손)
"제 개인적으로도 스웨덴에서 중요한 가치가 뭐냐고 물으면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합의로 이뤄진 제도에 대해 신뢰가 있는 것 같아요. 합의가 먼저인지, 신뢰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합의하기까지 신뢰가 있고, 또 신뢰가 있으니 합의가 이뤄지는 거죠. 불만족스럽더라도 합의한 사항은 받아들이고 따르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스웨덴은 사민당이 주로 집권해왔지만, 보수연합당이 집권할 때도 잦은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합의로 만들어진 시스템 자체는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박현정)



스웨덴에서 중요한 또다른 가치는 성평등이다. 다니엘손 대사는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 스웨덴인의 시각에서 한국사회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으로 여성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왜 그런지는 알겠는데 왜 (개선이) 더딘지는 이해가 잘 안됩니다. 조금 더 빨리 변할 수는 없을까요. 왜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중이 15%밖에 안될까요. 오늘날 스웨덴이 있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남성과 여성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변하려면 남성들의 가치관이 변해야 해요. 스웨덴 정당들은 극우 정당을 빼고는 비례대표에서 여성과 남성을 순서대로 한 명씩 배정해요. 강제적으로 할당하는 제도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게 합의로 정해진거죠."
30년 가까이 스웨덴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문화를 가까이서 접한 박현정 실장 역시 성평등 관점에서 부모 모두에게 가정 문제에 대해 이해해 주는 문화를 스웨덴에서 배워야 할 점으로 꼽았다.
"예전에 아이를 키울 때 유치원 등에 가야 할 일이 있죠. 그럼 자리를 비우게 돼서 미안해하면 당연히 가보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게 느껴집니다. 제가 만약 다른 대기업에 다녔다면 지금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단순히 여성을 배려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성평등 관점에서 부모 모두에게 가정 문제에 대해서 이해해 주는 것들이 감사했죠. 어떤 형태의 다름이라도 평등하게 생각하고 권위적이지 않다는 것, 그게 좋은 점이에요."
책은 이들의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스웨덴인 14명과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금발 스웨덴 여성부터 육아휴직 중인 동갑 부부, 스웨덴 1호 동성결혼 커플, 난독증이 있는 고등학생, 정치에 도전하는 68세 할머니,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국영 라디오방송 기자, 난민 관련 단체 종사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스웨덴의 성평등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과정,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 등 스웨덴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스웨덴식 커피 타임인 '피카' 문화와 스웨덴의 가치를 상징하는 '라곰'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들어있다.



저자들은 스웨덴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쓰려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인터뷰이들은 하나같이 스웨덴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부록으로 실린 스웨덴인 112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78%가 '자신의 삶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현정 실장은 "'스웨덴이 너무 좋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대사관에서 일하긴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기 위해 스웨덴을 택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즐겁지 않아요. 그래서 여러 사람을 찾아서 인터뷰했고 그들의 입을 통해 스웨덴의 단점을 들어보려 했죠. 그래서 모두에게 스웨덴의 단점이나 불편함, 어려운 점을 물었는데 고작 '날씨가 별로다'라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다니엘손 대사는 "인터뷰 내용을 보고 나도 놀라긴 했다"면서 "그러나 인터뷰에서 드러난 것은 스웨덴인들이 삶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고 분명한 꿈과 사안에 대한 확실한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웨덴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이기도 하지만 개인주의와 사회적 합의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과 같은 나라를 꿈꾸는 한국인들에게 "어떤 제도를 받아들이기 전에 사회를 바꾸려면 사람들 생각, 다수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그런 생각을 하도록 돕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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