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구역 '평화의 집'서 개최…냉전체제·적대관계 해소 상징적 의미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한국전쟁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한 방문은 처음
김정은 국제무대 첫 데뷔 의미도…"골든타임 놓칠 수 없다" 조기 개최 합의
한반도 주도적 해결에 남북정상 '의기투합'…정상간 '핫라인' 첫 개설
남북대화·북미대화 '선순환' 국면…'한반도운전자론' 탄력속 주변국 지지확보 관건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역사상 세번째로 남과 북의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다.
2000년 6월15일 제1차 정상회담과 2007년 10월4일 제2차 정상회담에 이어 11년만에 남북 정상이 회담테이블에 앉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는 두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신과 대결의 냉전적 구도에 갇혀있는 한반도 상황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과 북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장(場)을 모색해나가는 역사적 로드맵을 시작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상징성은 바로 '판문점'이라는 장소에 있다. 남북이 갈라진 분단 상황을 가장 생생하면서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가 극적인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두 차례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서 개최됐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정치외교적 함의와 분위기를 연출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과 북의 정상이 보다 '대등한 관점'에서 냉전체제를 상징하는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 상호존중과 신뢰를 쌓아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발신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판문점 중에서도 남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는 점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 정상이 남한 땅을 밟은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데뷔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단 한차례도 국외로 나가 외교활동을 한 적이 없다.
장소의 상징성 못지 않게 의미있게 볼 대목은 정상회담을 4월 말에 '조기' 개최하는 것이다. 특사교환이 이뤄진 지 두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으로, 최근의 긴박한 한반도 상황을 감안해 남북 정상이 정상회담을 최대한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발'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 한반도 정세를 전환해나갈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양측 정상의 판단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남북 정상이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합의한 데에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 힘을 합쳐 한반도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의기투합'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두 개의 바퀴'를 굴리며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간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이 뜻을 같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김 위원장이 큰 틀에서 수용하는 의미도 갖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반도 문제의 최대 걸림돌인 핵(核)문제에 대해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것이 결정적 관건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비핵화 문제와 함께 '본질적 문제'로 꼽히는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모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개선도 추동해내는 '일거 양득'의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천명함으로써 비핵화와 평화협정·평화체제 문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 미국과 포괄적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대화기간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재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은 사실상 핵·미사일 실험의 잠정중단 또는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북미대화를 시작하는 여건 조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라는 두 갈래 흐름이 '선순환'하며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전환하게 됐다.
물론 키를 쥔 미국의 반응이 아직 분명치 않지만 두 정상의 이 같은 노력은 주변국들로부터 높은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낼 경우 동북아 정세의 긴장완화와 평화무드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남북 정상이 '핫라인'을 개설하고, 4월 말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에 북한과 연결되는 직통전화채널이 구축되어있었지만 정상끼리 곧바로 전화통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채널이 구축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정상간 신뢰구축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의미있는 '소통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계기로 남과 북이 다시금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에 있어 한국이 주도권을 쥔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그 효용성을 입증해보이는 계기도 되고 있다. 다만 동맹인 미국과의 조율을 비롯해 주변 강국들로부터 확실한 지지와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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