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이탈리아, 극우정당에 득표율 밀리며 체면 구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총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이 이번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설 수 없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공직에 나설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진이탈리아(FI)의 득표와 정치적인 기여가 우파연합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이번 총선의 총리 후보로 직접 뛸 수 있었다면,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말이다.
우파연합은 지난 4일 실시된 총선에서 약 37%를 득표, 상원과 하원 양원 모두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가 이끄는 FI는 총선 전 여론조사의 지지율보다 낮은 14%의 표를 얻는 데 그쳐, 17.4%를 얻은 우파연합의 또 다른 구성원 동맹에 밀렸다.
우파연합은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하는 정당에서 총리 후보를 배출하기로 선거 전 합의함에 따라 향후 전개될 정부 구성 노력의 주도권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아니라 마테오 살비니(44) 동맹 대표가 쥐게 됐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 누비며 우파연합의 구심점 역할을 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여파로 2019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됐다.
그는 이 때문에 자신을 대리할 FI의 총리 후보로 선거 직전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을 내세웠다. 그는 총선을 승리로 이끈 뒤 타이아니를 앞세워 이탈리아 정계에 다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총선에서 동맹에게 예기치 않은 일격을 당함에 따라 앞으로 정부 구성 과정과 차기 정부에 입김을 미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이번 선거로 그동안 적수로 생각하지 않던 아들뻘의 살비니에게 우파의 맹주 자리를 넘겨주는 꼴이 돼 그로서는 자존심도 크게 상했다는 분석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런 세간의 평에도 불구하고, "어제 살비니를 만났다"며 "우파연합은 이탈리아를 통치하고, 다시 시작하게 하는 데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살비니는 총선 다음날인 5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 그와 총선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파연합은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하긴 했으나,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함에 따라 32%의 지지율로 최대 단일 정당으로 떠오른 오성운동과 연정 구성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경쟁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동맹의 경제 담당 책임자인 클라우디오 보르기는 "가장 가능성 높은 정부는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정이 될 것 같다"면서도 "이탈리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통 분모가 존재하는 중도우파와 오성운동이 손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날 정부 구성을 위해 의회에서 좀 더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에게 총리 후보를 양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해 우파연합의 총리 후보로 자신이 아닌 사람이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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