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중 세대결 가열…미 국무장관 5개국 견제순방

입력 2018-03-07 09:45  

아프리카 미중 세대결 가열…미 국무장관 5개국 견제순방
대테러 명목으로 에티오피아·케냐·지부티 등 방문
진짜 목적은 중국세 견제…"민간부문에선 중국이 미국 압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5개국 방문 일정을 시작하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막중한 임무를 띠고 아프리카로 향했다.
6일 AFP 통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케냐, 지부티, 차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5개국을 찾는 틸러슨 장관의 표면적 목적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의 오랜 전쟁의 새로운 전장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IS의 위협보다 미국에 장기적으로 더 큰 도전이 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AFP는 지적했다.
중국은 수년간 아프리카 대륙에서 꾸준히 공을 들여 최근 미국을 위협할만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로 향하기 전 버지니아주 조지 메이슨대에서 한 연설에서 최근 아프리카의 인구 급증 추세와 경제 성장을 지목하며 "우리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은 그 어느 때보다 아프리카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IS와의 전쟁을 벌이는 각국 정부를 지원하며 적어도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고 지부티에서 일찌감치 군 기지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지원·투자 물량공세를 퍼부으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급격히 따라잡는 추세다.
게다가 중국도 지난해 8월부터 지부티에서 첫 국외 해군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민간부문에 대한 영향력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는 모양새다.


2016년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액은 800억달러(약 85조5천억원) 규모였으며 아프리카 수입액은 그 절반도 안 됐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수출액이 220억달러(약 23조5천억원)로 2012년의 380억달러(약 40조6천억원)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들었고 무역흑자도 소폭에 그쳤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20년 이전까지 아프리카 각국에 600억달러(약 64조1천억원) 규모의 차관, 수출신용 등을 약속했고 이미 중국이 아프리카에 제공한 차관은 세계은행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미국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의 토머스 발트하우저 사령관은 미 의회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쇼핑몰, 축구장 등 시설을 짓고 있으며 그들은 소통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최근 지부티 연안에 병원선을 파견해 현지 주민들의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도 "작은 일들"을 함으로써 큰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틸러슨 장관은 연설에서 아프리카 정부에 중국 의존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 각국 정부를 "빚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불투명한 계약들과 약탈적 대출 관행, 부패한 거래" 등으로 옭아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약화에는 틸러슨 장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틸러슨 장관이 이끄는 미 국무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 예산을 20%가량 삭감하고 외교 예산은 30% 이상 삭감했다.
그는 취임 초부터 국무부 구조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을 추진해 국무부 고위 관계자 상당수가 떠났고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나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 대사직이 여전히 공석 상태다.
여기에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론하며 "거지소굴"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알려진 바 있어 틸러슨 장관을 맞는 아프리카의 시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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