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VR 게임 등장…유통·교육·숙박업계서도 접목 활발
5G 상용화 시 불편함 줄고 콘텐츠 확대 기대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내년으로 예정된 차세대 이동통신 5G의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업계가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5G 시대의 대표적 서비스로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이 꼽힌다. 이미 게임과 쇼핑을 중심으로 융합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 2020년 시장 지금의 4~5배 성장 …VR 게임 프랜차이즈 등장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VR과 AR 시장 규모는 2020년 지금의 4∼5배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KB증권은 국내 VR과 AR 시장 규모가 콘텐츠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2017년 2천억원 수준에서 2020년 1조원을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현장감을 중시하는 공연과 스포츠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드웨어 기기를 더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한국VR산업협회는 국내 VR 시장 규모가 2016년 1조4천억원에서 2020년에는 5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VR의 경우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게임이다.
KT는 이달 초 GS리테일과 손잡고 신촌에 VR 유료 체험장 '브라이트(VRIGHT)'를 열었다. 브라이트는 완전 무선 VR 게임 '스페셜포스 VR'를 비롯해 50여종의 VR 콘텐츠를 제공한다.
KT와 GS리테일은 2020년까지 지점을 200여개로 늘려 매출액 1천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2016년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VR 게임방은 현재 전국에 200여 곳으로 추정된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등 대형 테마파크도 작년부터 VR 체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고성능 VR 기기들은 대부분 헤드셋(HMD)을 유선으로 연결하고 PC와 배터리를 등에 져야 하는 불편한 형태지만, 향후 무선 VR 게임이 늘고 콘텐츠가 증가하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이 최근 선보인 '옥수수 소셜VR'은 VR에 소셜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를 초대해 함께 가상공간 내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나 공연, 야구 경기를 보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하반기에 상용화한 후 커머스·광고·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이다.
◇ 쇼핑에 AR 접목…5G 상용화로 날개
쇼핑업계도 적극적이다. 다만 VR보다는 AR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와 국내 업체 한샘은 실제 공간에 구매하고 싶은 가구를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에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가상으로 피팅 체험이 가능한 AR 피팅존을 선보였다.
롯데 하이마트도 지난해 모바일 앱으로 가전제품을 미리 배치해 구매할 수 있는 '증강현실(AR) 쇼룸' 서비스를 출시했다.
숙박 정보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는 2016년 8월 '360도 VR 객실정보'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제휴 숙박업체의 시설과 청결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앱 직방은 지난달 VR을 이용한 홈투어 서비스를 공개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AR과 VR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어교육 기업 윤선생은 지난해 AR 기술이 접목된 3∼7세 유아영어 프로그램 스마트랜드 시즌3를 선보였다. 특히 AR 기술을 활용한 색칠 북인 익스플로어 펀북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세종시교육청은 올해 초등 3∼4학년 학생이 사용하는 지역사 교과서의 일부 콘텐츠에 VR·AR 기술을 적용했다.
◇ 아직은 더딘 기술·부족한 콘텐츠가 걸림돌
업계의 잇따른 시도에도 VR과 AR 서비스의 보급은 아직 초기 단계다. 더딘 기술 진보와 전용 콘텐츠의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VR 헤드셋은 가격 부담과 이용시 불편함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 대중화하지 못했다.
통신업계와 VR·AR콘텐츠업계는 5G 상용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5G를 통해 무선 VR이 활성화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R은 VR보다 빨리 시장에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 세계에 사용자를 밀어넣는 VR과 달리 AR은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VR보다 이용자의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이 대형 업체들이 앞다퉈 AR 개발 플랫폼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다만 장밋빛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달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8' 참관 뒤 기자 간담회에서 "(AR, VR, 게임의) 진도가 3개월, 6개월 전과 비교해 빠른 것 같지 않다. 이런 속도면 내년 상용화할 때 고객이 선뜻 고가의 요금제를 쓰면서 5G에 가입할까 생각해봤다"며 "눈에 들어오는 서비스가 보이지 않아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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