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조업금지구역서 어획 노려 고의로 껐을 가능성 등 수사…사고 지점-조업가능구역 16㎞ 떨어져
(통영=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쌍끌이 중형저인망 어선 제11제일호는 어획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 악천후로 높은 파도가 치자 무게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쓰러지며 전복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경남 통영시 좌사리도 인근 해상에서 제일호는 그물을 걷어 올린 뒤 삼천포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약 20분 동안 항해하던 중 전복됐다.
생존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당시 제일호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어획물이 실려 있었다.
이 상황에서 최대 3m에 이른 파고로 인해 제일호가 무게중심을 잃고 우측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높은 파도가 일자 완전히 쓰러지며 뒤집힌 것으로 해경은 추정했다.
또 제일호는 조업금지구역에서 물고기를 잡고 귀항하던 중 변을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제일호가 침몰한 통영시 좌사리도 남서방 4.63㎞ 해상은 조업금지 구역이다.
사고가 난 지점과 조업가능구역은 16㎞가량 떨어져 있었다. 선박 속도를 평균 10노트로 놓고 계산할 경우 16㎞를 항해하려면 약 1시간이 필요하다.
그물을 걷어 올린 뒤 20분 동안 항해했다는 생존자 진술이 맞는다면 이들은 조업금지구역에서 어획 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밖에 제11제일호와 같이 항해에 나섰던 제12제일호는 2일 출항한 뒤 3일 만인 5일 해경에 신고도 없이 삼천포항으로 귀항했다가 6일 재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존자들은 "기상이 악화해 잠시 입항했다가 날씨가 다시 좋아졌다고 판단돼 재출항했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이들 선박의 위치발신장비(V-PASS)와 자동식별장치(AIS)는 꺼졌거나 고장 나 해경은 이들이 입항·재출항한 사실을 몰랐다.
해경은 이들이 조업금지구역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장치를 고의로 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밖에 제일호는 기상특보 발효 시 출항 제재 대상이 아니었으며 사고 당시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낚싯배와 달리 어선 구명조끼 착용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해경 관계자는 "만약 V-PASS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출동 시간을 단축해 더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다"며 "선박도면 분석 등으로 정확한 사고원인과 불법조업 여부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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