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공공장소 성차별 발언 불법' 도입 후 첫 유죄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벨기에에서 여성 경찰관을 향해 "경찰은 여성에게 적합한 직업이 아니다"라며 공공장소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한 20대 남성에게 40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벨기에에서 '공공장소 내 성차별적 발언'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따라 뒤늦게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7일 영국 언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벨기에 형사법원은 경찰관에게 성차별적 발언과 욕설, 위협을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에게 지난해 11월 3천 유로(약 4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벌금을 안 내면 1개월간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체포되는 동안 여성 경찰관을 향해 "입 닥쳐라, 나는 여자와는 말을 하지 않으며, 경찰은 여성에게 적합한 직업이 아니다"라고 폭언을 했다.
벨기에에서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이 매일 겪는 차별을 다룬 '거리의 여성'이라는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킨 뒤 2014년 공공장소에서 성차별하는 행위를 범죄로 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도시 브뤼셀로 온 여성이 매일 거리에서 만나는 야유나 조롱, 짓궂게 불어대는 휘파람 등을 몰래카메라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법은 단지 성을 토대로 경멸적인 표현을 하거나 열등한 것으로 간주하는 '모든 제스처와 행동'을 성차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1년과 벌금 1만 유로(1천330만 원)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6월 벨기에 근교의 자벤템에서 발생했다.
순찰을 하던 한 경찰관이 신호를 어기고 길을 건너던 당시 23살의 남성을 적발, 검문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달아났고, 추적에 나선 경찰들은 지역의 연례 축제가 열리던 장소 한가운데에서 그를 붙잡았다.
당시 현장에는 여러 명의 경찰이 있었지만, 이 남성은 유독 여성 경찰만을 향해 폭언했다.
검찰은 당시 사건이 분명한 공공장소에서 발생했고, 목격자들도 있어 비교적 쉽게 처벌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포 당시, 해당 남성은 자신의 검은 피부 색깔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유럽 국가도 벨기에와 유사한 조처를 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경우 거리에서 일어난 괴롭힘이나 성차별적인 발언에 110 달러(12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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