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합의 등 주제로 100분 오찬…홍준표 첫 참석에 활기차게 시작
홍준표·유승민, 남북합의 놓고 질문 공세…다른 참석자들 "취조하나"
문 대통령, 북핵해법 적극 설명…추미애·조배숙·이정미는 지원·동조 발언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박경준 서혜림 이슬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7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른바 '완전체'로 100분간 진행된 오찬회동에서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간 합의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면서 대립했다.
청와대 회동에 처음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북한의 진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합의 과정과 배경 등에 질문 공세를 폈고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는 거들고, 이에 문 대통령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런 만큼 이날 오찬에서 "열띤 토론이 있었다", "논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는 평가가 여야 정당에서 나왔다.
이날 회동은 홍 대표가 온 것을 다른 참석자들이 환영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행사 시작 시각인 정오를 20분 남짓 앞두고 일찌감치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과 사전 환담 장소에 도착한 홍 대표는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악수하고 인사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홍 대표에게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정오에 맞춰 입장했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오찬 장소인 인왕실로 이동했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참석자들은 다시 한 번 모든 여야대표가 이번 회동에 함께한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우리가 드디어 완전체로 모이게 됐다"고 평가했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지난 회동은) 제1야당 (대표) 불참 속에 큰 어금니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홍 대표가) 오시니 어금니가 채워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나 당에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당내에서 반대가 있을 수 있는데도 이렇게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대체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던 공개 발언이 끝나고 오찬장이 바로 토론장으로 분위기로 바뀌었다.
공개 발언에서 "대통령께서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은 이번에는 밟지 마시기를 부탁하려고 왔다"고 말한 홍 대표가 공세적 질문을 쏟아내면서 오찬장의 열기가 올라간 것이다.
홍 대표는 정 안보실장이 3페이지 분량의 '방북 결과 후속조치 방안' 자료에 대한 보고를 끝내자마자 "어느 쪽이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요구했느냐", "한미 훈련 무력화 및 지방선거용으로 4월 말 정상회담을 택하지 않았느냐", "9·19 합의 당시에는 핵 폐기 로드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불러준 대로 써온 것 아니냐"고 잇따라 물었다.
이를 두고 "여기서 왜 취조하듯이 왜 그러냐"는 반응이 오찬장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정 안보실장이 홍 대표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려고 하자 "구체적 질문은 나에게 하라"면서 이후에는 직접 답변했다고 장제원 수석대변인 등이 전했다.
특히 홍 대표가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시간벌기용 회담으로 판명된다면 정말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홍 대표께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맞받기도 했다.
이에 홍 대표가 다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 가진 대통령께서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으면서 "언쟁이 조금 있었다"고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홍 대표는 계속해서 "북한과 대화 시작은 언제부터였느냐", "비밀 회동이 언제부터 했느냐", "국외에서도 만났느냐" 등도 따지듯이 물었다. 이어 "북한 핵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 및 탄도미사일 개발 잠정중단으로 가면 안 된다"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입구는 핵동결, 출구는 비핵화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기본 입장을 다시 밝혔다.
유승민 대표도 "남북간 합의한 이외에 추가로 북한에 약속한 게 있느냐"고 물었고, "비핵화에 대해 탐색적 대화를 하되 제재·압박을 유지하면서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최근 방남도 문제로 삼았으며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를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이해를 당부했다.
홍 대표 등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에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질문을 하자 정 안보실장은 "여기서 한 발언이 안 나갈 자신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기서 얘기하면 밖으로 다 나간다고 생각을 해야지"라고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홍 대표와 유 대표와 달리 여당의 추미애 대표뿐 아니라 조배숙 대표와 이정미 대표는 초당적 협력 방침을 밝히면서 남북문제를 놓고 오찬장 의견이 둘로 나뉘기도 했다.
특히 추 대표는 북한의 진정성을 믿으면 안 된다는 홍 대표 등의 발언에 "그런 게 있으니 우리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또 이정미 대표가 홍 대표를 겨냥해 질문을 하자 홍 대표는 "나한테 하지 말고 대통령에 질문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찬장에서는 남북문제 외 개헌과 미투(Me too) 문제 등 다른 현안도 거론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찬장에서 정부의 개헌안 발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국민적 약속으로 국회가 우선하지만, 국회가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래서 정부가 하는 것"이라면서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회동 주제를 외교·안보문제에 국한해 진행할 것을 사전에 요구했던 홍 대표가 "다른 주제는 나중에 해도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저희 밥 안 먹고 가겠다"면서 제지해 다른 현안 논의는 깊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회동은 홍 대표가 개헌 문제가 나오자 "주제에 벗어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종료됐다.
문 대통령은 회동 후 홍 대표에게 "이런 자리를 또 만들면 오실 거죠"라고 묻자 홍 대표는 웃으면서 "한번 보고 결정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오찬에는 해물봄동전, 냉이 된장국, 두릅숙회, 연근 죽, 통영굴전, 등심구이와 잡곡밥, 모과차 및 쑥 인절미 등이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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